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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기는 법 한 번 배운 구글 인공지능 … 게임 49개 스스로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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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인공지능의 진화 '딥 러닝'

사람처럼 보고 배우는 '심화학습'

40년대 인공신경망 이론서 출발

컴퓨터·빅데이터 기술 힘입어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성과

사람 얼굴 인식하는 '딥 페이스'

다른 장소 다른 각도 사진 찾아내

인간능력 넘어설지는 엇갈린 전망

지난달 말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인터넷판에 구글의 자회사인 ‘딥 마인드’가 인공지능 비디오 게이머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딥 Q네트워크’라는 이 인공지능 시스템은 ‘스페이스 인베이더’ 등 총 49개 비디오게임 방법을 스스로 익혔고 그 중 29개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점수를 올렸다. 연구팀은 “게임을 조작할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가장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시스템 스스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적인 정보통신(IT)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사람처럼 스스로 보고 배운 지식을 계속 쌓아가면 공부하는 ‘딥 러닝(deep leaning, 심화학습)’이란 학습법을 채택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구글은 이에 앞서 2012년에는 인공지능 기술로 유튜브에 올라온 수많은 동영상 중에서 고양이 영상을 가려내는데도 성공했다. 사람들이 고양이 동영상을 올리며 거기에 ‘고양이’라는 말을 붙인 것을 찾아내는 게 아니었다. 마치 사람이 눈 앞에 고양이가 있으면 한눈에 고양이인지 알아채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구글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동영상 속의 이미지 자체를 분석해 고양이를 찾아낸 것이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사람의 얼굴을 97.25%의 정확도로 알아내는 ‘딥 페이스’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컴퓨터 스스로 대상 인물의 얼굴 특징을 분석한 뒤 동일인이 다른 장소 다른 각도로 찍은 사진을 가려내는 기술이다. 97.25%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인식률(97.53%)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새 인공지능 기술의 공통점은 모두 ‘딥 러닝’ 학습법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얼굴 인식을 예로 들어보자.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단순히 밝고 어두운 화소(畵素)만을 구분한다. 이어 그 화소들이 모여 선을 이루는 것을 인식하고, 그 선들 가운데 수평·수직선을 구분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얼굴 선’ 특징을 알아낸 뒤, 다른 사진에서 같은 특징을 갖는 경우를 찾아내는 것이다. 전통적인 인공지능 방식과 달리 논리 층이 여럿이고 위층으로 갈수록 복잡하고 추상적인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딥(deep, 심층적인)’이란 수식어는 이런 복잡한 구조를 뜻한다.

보고 배운 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사실을 추론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와 유사하다. 실제로 ‘딥 러닝’은 인간의 뇌 구조를 모사한 인공신경망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0년대 미국 의대 정신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효시다. 80년대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이후 수십 년간 빛을 보지 못했다. 컴퓨터의 성능이 이런 복잡한 계산을 처리하기엔 턱 없이 부족했다. 또한 처리할 데이터도 많지 않았다.

사장(死藏)될 뻔 했던 ‘딥 러닝’은 2000년대 들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컴퓨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빅데이터 덕에 인공지능이 공부할 거리가 무궁무진해진 덕이다. 네이버랩스의 김정희 수석연구원은 “대형 컴퓨터와 엄청난 규모의 빅데이터를 가진 IT기업들이 ‘딥 러닝’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도 현재 음성검색과 이미지 자동분류 서비스(N드라이브)에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미래는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는 경지에 이르게 될까. 최근 개봉한 영화 ‘엑스 마키나’에선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회사 프로그래머가 인공지능 로봇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프로그래머는 “생각하는 로봇을 만들었다면 인류의 역사가 아니라 신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라며 반신반의 하지만 곧 혼란에 빠진다. 자신이 만난 존재가 로봇이란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사람보다 더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라틴어 ‘기계가 된 신(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에서 유래했다.

이런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구글의 인공지능 전문가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문상 지능로봇사업단장은 “인간의 능력이 100이라면 50 이상을 따라잡는 것은 아주 오래 걸리거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디오 게임법이나 사진을 인식하는 것에 비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하다는 이유다. 하정우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전 연구원은 “사람은 한 분야에서 얻은 정보를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활용한다”며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별 기자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김한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ar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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