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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번엔 양희영… 올 LPGA 4연속 '코리안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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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징크스' 날리고 혼다 타일랜드서 통산 2번째 우승]

- '천재'로 통하던 10代 시절

2006년 유럽투어 최연소 우승… '리틀 박세리' '여자 우즈' 별명

- LPGA 데뷔 후엔 '뒷심 부족'

우승 경쟁서 긴장감 못 이겨… 첫 우승하고 스폰서 잃기도

호주에서 골프 유학하던 10대 시절 '천재'로 통하던 양희영(26)에게는 별명이 많았다.

스윙과 체격이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해서 '리틀 박세리'라 불렸고, 같은 나이의 재미교포 미셸 위 못지않은 스타가 될 것이라고 해서 '호주의 미셸 위'라고도 불렸다. 그의 플레이에 반한 외신 기자가 '여자 타이거 우즈'란 멋진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양희영은 2006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당시 최연소 우승 기록(16세192일)을 세웠고 2년간 2승을 더 추가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으며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뒤에는 오히려 그런 별명들이 사라졌다. '연습벌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훈련하고 상위권에도 자주 들었지만 우승 경쟁만 벌어지면 긴장을 이겨내지 못하고 들러리 역할에 그쳤다. 2013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118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원사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지난 시즌 막바지 3개 대회를 포기할 정도로 골프에 싫증을 느끼던 양희영이 2015년이 되면서 무섭게 달라졌다. 지난주 호주여자오픈에서 준우승했던 양희영이 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조선일보

양희영은 1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파72·6천548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이며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했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비롯해 이미림·청야니 등 2위 그룹(13언더파)을 2타 차로 제쳤다.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4700만원)를 받은 양희영은 시즌 상금 41만2358달러로 상금 선두에 나섰다. 지난주까지 상금 1위(31만5897달러)였던 리디아 고(18)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우승까지는 몇 차례 반전이 있었다. 루이스에 1타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양희영은 1번 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6·7번 홀 연속 버디로 선두로 치고 나갔다. 14번 홀(파4)에서 양희영이 보기를 기록하고, 루이스가 버디를 잡으면서 공동 선두가 됐다. 하지만 15번홀(파4)에서 지난 시즌 LPGA 투어 3관왕(올해의 선수·상금왕·최저타수상)에 올랐던 루이스가 어이없는 실수를 거듭하며 승부가 갈렸다. 양희영이 15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m에 붙이자 루이스는 부담을 느낀 듯 80야드도 안 남긴 거리에서 그린을 훌쩍 넘겨 버렸다. 그린 뒤에서 루이스는 두 차례나 어프로치 샷을 실수하며 결국 더블보기를 했다. 양희영은 버디를 잡아 3타 차 선두가 됐다. 16번홀(파3)에서 보기를 한 양희영은 17번홀(파4)에서도 위기를 맞았지만 2m 남짓한 파 퍼트를 성공하며 한숨 돌렸다. 양희영은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렸지만 파로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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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영은 "지난 시즌 막바지에는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여서 쉬고만 싶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좀처럼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 데 대한 무기력증에 시달렸던 듯하다. 양희영은 "막상 쉬어보니 내가 정말 골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지난주 호주여자오픈에서 짧은 퍼트 두 개를 놓쳐 준우승했지만 또 실수를 해도 좋으니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양희영은 국가대표 카누 선수 출신인 아버지(양준모씨)와 창던지기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출신 어머니(장선희씨)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내가 잘하다가도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지면 부모님께서 많이 아쉬워하셨는데 사실 그럴 때마다 제 마음이 더 아팠다"고 했다. 양희영의 우승으로 올해 열린 네 차례 LPGA 투어 대회에서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개막전 코츠 챔피언십에서 최나연이 우승한 것을 비롯해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김세영, 호주 여자오픈에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나란히 우승했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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