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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고소한 참기름이 발암물질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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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면 치매·뇌졸중·심근경색 일으키는 식용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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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가 끝나면 찬장에 쌓이는 게 있다. 바로 식용유다. 정보분석 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식용유는 햄 세트에 이어 올 설 명절 가장 많이 구입한 선물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들어온 식용유를 무턱대고 썼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한경대 식품생물공학과 손종연 교수는 “아무리 좋은 기름이라도 요리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된다”고 말했다. 혈관 건강에 좋은 올리브유도 튀김용으로 썼다간 발암물질로 변한다. 참기름도 색이 진하고 향이 많이 나는 것이 좋다고 골랐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요리에 맞는 기름 쓰는 법, 좋은 기름 고르는 법을 소개한다.

오메가3 많은 들기름 활용해야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적은 양으로도 높은 칼로리를 내 포만감을 쉽게 느낀다. 음식물의 막을 입혀 위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 높은 칼로리가 피하지방으로 쌓인다는 것.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요리 중 쉽게 산화돼 발암·노화물질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산화된 지방이 위협하는 대표적인 장기는 뇌와 혈관이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산화된 기름을 자꾸 섭취하면 뇌혈관이 막혀 신경전달능력이 저하되고 치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혈관에는 피떡(혈전)이 생기게 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 때문에 가능한한 발암·노화 유발물질이 적고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식용유를 골라 써야 한다. 식용유를 고를 때 첫 번째 고려해야 할 것은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이다. 둘 다 불포화지방산이긴 하지만 오메가6의 비율이 너무 높으면 체내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오메가3는 강력한 항염증·항노화 작용을 해 비율이 높으면 좋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송미 영양팀장은 “오메가6 대 오메가3의 비율은 4:1, 더 욕심을 내면 1:1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용유 대부분에 오메가6의 함량이 훨씬 높다.

손 교수는 “포도씨유·해바라기씨유·옥수수기름 등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식용유에는 오메가3가 거의 없고 오메가6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대두유와 카놀라유는 그나마 오메가3의 비율이 높은 편(오메가6는 50~60%, 오메가3는 10% 정도)이다. 오메가3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름은 들기름(60% 정도)이다. 올리브유·땅콩유·아보카도유 등은 오메가3와 오메가6 둘 다 적은 반면 다른 항산화 작용을 하는 오메가9 지방산(올레인산)이 풍부하다.

색·향 너무 진한 참기름은 발암물질 의심

두 번째로 기름을 짜낸 방식을 체크해 본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레몬즙을 내듯 눌러서 짜는 압착식이다. 올리브오일이 대표적이다. 올리브를 수확해 바로 압착기로 짜낸다. 둘째는 열을 가한 다음 짜내는 방법이다. 그냥 눌러서 짜내는 것보다 많은 양을 짤 수 있지만 비타민이나 기타 유용한 생리활성 물질이 다량 손실된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팔리는 일반적인 참기름·들기름 등이 대표적이다. 참깨나 들깨를 너무 고온에서 오래 볶으면 벤조피렌(1급 발암물질)까지 생성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저온에서 볶은 참기름과 들기름도 나왔다. 신기술을 접목해 향과 맛을 잡으면서도 벤조피렌 생성을 최소화한 기름이다.

손 교수는 “고온에서 오래 볶을수록 색이 진하고 향이 강해 이를 좋아하는 분이 많은데, 벤조피렌을 생각한다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화학용매를 이용한 방법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식용유가 헥산 등의 화학용매를 이용해 기름을 추출한다. 대두유·카놀라유·포도씨유 등이 대표적이다. 콩·유채씨·포도씨 등의 재료를 화학물질로 녹인 뒤 화학적 정제 과정을 거쳐 지방만 뽑아 담은 것이다. 유용한 생리활성물질이 다량 제거된다. 헥산은 오랫동안 다량 섭취 시 신경계 이상을 일으킨다. 제조공정을 거치면서 헥산 등 불순물을 거의 없애긴 하지만 천연오일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요리에 쓸 것인지도 체크한다. 튀김요리에 쓸 거라면 발연점(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이 높은 식용유를 골라야 한다. 튀김을 할 때 기름 온도가 보통 180~220도이므로 적어도 발연점이 200도가 넘는 식용유를 골라야 한다. 그보다 발연점이 낮은 식용유로 튀김을 하면 연기가 나면서 발암물질이 대량 생산된다. 발연점이 낮은 대표적인 식용유로 올리브유(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참기름·들기름이 있다.

하지만 올리브유 중에서도 퓨어올리브유는 튀김용으로 쓸 수 있다. 손 교수는 “보통 올리브유는 튀김용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올리브유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고 말했다. 짜낸 올리브유를 한 번 더 정제한 퓨어올리브유는 발연점이 높아 이탈리아에서 튀김용으로 널리 쓰인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화학적 조성이 같아 올레인산이 풍부하고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산화안전성도 높아 튀김을 해도 발암물질이 적게 나온다. 단, 항산화 물질이 걸러진 상태고, 올리브유 고유의 맛과 향이 없다. 최근 국내 대형 마트에서도 퓨어올리브유를 구할 수 있다.

들기름 오래 두면 발암물질 다량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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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름은 냉장 보관하더라도 1개월 내 사용하는게 좋다. 사진=중앙포토


좋은 기름을 적재적소에 쓰더라도 보관을 잘못하면 도루묵이다. 손 교수는 “기름은 빛·열·산소에 약하다. 한번 짜내면 밀봉돼 있더라도 산화가 서서히 일어난다”고 말했다. 빛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갈색이나 녹색 유리병에 든 기름을 골라야 한다. 산화작용을 하는 남색 파장을 잡아줘 산패를 방지한다. 유리는 산소 투과도 막는다.

보관 온도는 25도 이하이면 된다. 손 교수는 “냉장고에 넣으면 기름이 굳을 수 있어 싱크대 밑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단, 들기름과 참기름은 낮은 온도에서도 굳지 않으므로 냉장 보관한다. 특히 들기름은 산패가 매우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냉장 보관한다. 산소와 접촉하면서 산화가 급속히 일어나므로 마개도 꼭 닫는다.

유통기한은 보통 1년에서 1년 반이다. 하지만 개봉 후에는 산패가 빨리 진행되므로 2~3개월 내에 모두 소비하는 게 좋다. 들기름은 유통기한이 가장 짧아 개봉 후 한두 달 이내에 소비해야 한다. 이강 교수는 “식용유, 특히 들기름은 용량이 적은 제품을 사야 한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기름은 세포를 파괴하는 물질이 다량 있으므로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배지영 기자 사진=서보형 객원기자3

참고 도서=식용유지제품의 지식(진로출판사), 식용유가 뇌를 죽인다(북퀘스트)

배지영.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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