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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소년범 전과 기록도 없앤다더니, DNA 채취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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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년간 1472건…절도범죄 57% 차지

죄명으로 일괄 채취 평생 기록남아

‘교정’ 소년법 취지 달라 위헌 소지


제빵사로 일하는 ㄱ(25)씨는 우울한 10대를 보냈다. 18살에 ‘나쁜 어른’들과 어울리다 범죄에 연루됐고 2년간 소년원에서 지냈다. 소년원을 나올 때쯤인 2010년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법’(디엔에이법)이 제정되면서 유전자정보(DNA)를 채취당했다. ㄱ씨는 “법에 따라 해야 한다고 해서 채취에 동의했지만 평생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걱정된다. 재수 없이 누명을 쓸까봐 두렵다”고 했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목적으로 한다. 나이와 범죄에 따라 보호처분과 형사사건 대상으로 나뉘는데, 보호처분을 받은 경우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인 범죄에 견줘 ‘새로운 삶’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이 때문에 보호처분 소년범의 범죄기록은 철저히 가려지고 전과기록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법원이 추가로 보호처분을 내릴 때만 조회가 가능하다.

이런 취지와 달리 소년범 유전자정보는 평생을 국가가 관리한다. 성인 범죄에도 채취 대상이 너무 넓다는 비판을 받아온 디엔에이법이 소년범도 채취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1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소년원 디엔에이 정보 채취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소년원 10곳에서 보호처분 소년범 유전자정보 1472건을 채취했다. 특수절도·상습절도 등 절도 범죄가 833건(56.6%)으로 가장 많다. 성범죄(348건, 23.6%), 강도(122건, 8.3%), 폭행(112건, 7.6%)이 뒤를 이었다.

‘처벌’이 아닌 ‘교정과 보호’ 대상인 소년들의 유전자정보를 채취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력범죄가 아닌 절도죄에 대해서도 죄명만을 근거로 일괄 채취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위기청소년 지원단체인 ‘세상을 품은 아이들’의 명성진 목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기록도 남지 않으니 제대로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면 된다’고 말해왔는데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고 했다.

미국은 은행 강도, 아동음란물 같은 연방범죄의 경우 소년범의 유전자정보 채취를 허용한다. 반면 절도범의 유전자정보 채취를 하는 곳은 6개 주에 불과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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