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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세계 최고령 독재자 무가베, 호화판 생일잔치로 '빈축'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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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AP=연합뉴스)


(빅토리아 폭포<짐바브웨> AFP=연합뉴스) 세계 최고령 지도자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91회 생일을 축하하는 호화판 행사를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28일 관광명소인 빅토리아 폭포 주변의 고급호텔 골프장에서 열린 야외 생일 축하 연회에서는 수천명의 하객과 집권 여당 지지자들이 대형 천막들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즐기며 시낭송, 노래, 댄스가 어울린 공연을 지켜보았다.

무가베 대통령의 사진이 새겨진 파티복을 입은 하객들은 대통령이 도착하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환영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검은 색 정장에 흰 셔츠와 빨간 타이를 맨 부인 그레이스를 대동했다.

연회장에 걸린 한 깃발에는 무가베 대통령을 "짐바브웨 혁명의 아이콘"이라고 적혀 있었다. 몇몇 연사들이 그의 장수를 빌었고 한 청년 지도자는 그의 생일을 국경일로 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축하 연회는 실제 생일(21일)보다 1주일 늦게 열린 것이다. 연회장에는 빅토리아 폭포를 묘사한 거대한 조형물이 설치됐으며 식사 메뉴로는 인근 지역 농장 주인이 기증한 코끼리 등 야생동물의 고기들이 제공됐다.

무가베 대통령의 호화판 생일 축하 행사는 해마다 경제난을 겪는 짐바브웨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축하 연회에는 10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인 민주변화운동(MDC)은 성명을 내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사라고 공격하면서 이번 연회에 지출한 모든 돈은 무너진 공공병원, 의원, 지역 학교 재건에 사용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회를 주최한 집권여당 아르피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은 개인들과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비용을 댔다고 해명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연회에서 90분간 연설하는 가운데 짐바브웨와 자신에게 제재조치를 취한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데 공을 세워 영웅으로 존경을 받는 한편으로는 35년간 이어진 장기독재로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한때 아프리카의 곡창지대였던 짐바브웨가 경제난에 시달리게 된 것은 그의 책임이라는 게 비판세력의 주장이다. 무가베는 개혁을 명분으로 백인 농장주들의 토지를 빼앗아 식량난과 살인적 인플레를 초래하고 잦은 부정선거 시비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제재조치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무가베는 탈식민지 투쟁을 이끈 지도자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가 한차례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은퇴한 것과는 달리 정치 일선에서 좀처럼 물러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짐바브웨 여당은 지난해 12월 무가베를 2018년 대선 후보로 지명한 상태다.

그는 축하 연회를 하루 앞두고 국영 TV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집권당을 이끌고 나갈 후계자를 지명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와 함께 그가 전립선암을 앓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부인하면서 싱가포르를 몇차례 방문한 것은 정기 의료 검진과 안과 질환 치료를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농지개혁 당시에 강제로 수용한 광대한 토지를 준비가 덜 돼 있는 흑인 농민들에게 분배한 것은 잘못이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농민들에게 지나치게 큰 토지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토지를 관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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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관광명소인 빅토리아 폭포 주변의 고급호텔 골프장에서 열린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야외 생일 축하 연회.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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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열린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생일 축하 연회에서 한 소년이 생일 축하 깃발을 들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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