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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 금리에도 불평 않는 강남 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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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행동재무학]<83>강남 부자들을 증시로 유도하기]

머니투데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강남 부자들은) 2% 금리에도 별 큰 불평이 없어요. 그냥 정기예금으로만 계속 갈아탑니다. 다른 금융상품엔 눈을 돌리지 않아요.”

최근에 만난 한 시중은행의 강남 PB센터 팀장은 2% 초반 대까지 떨어진 정기예금 금리에도 불구, 수십억대의 현금을 보유한 강남 부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털어 놓았다. 그리고 이들 강남 부자들은 그저 정기예금으로만 계속 갈아탄다고 덧붙였다.

예금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현재 시중은행에서 거액 VIP 고객에 주는 1년 정기예금 특별금리라 해봐야 2.2% 내외에 불과하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상호신용금고나 저축은행 등도 1년 정기예금 금리가 2%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이제 3%대의 정기예금 금리를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전엔 더 높은 금리를 주지 않으면 저축은행 등으로 돈을 빼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강남 부자들도 요즘엔 이런 협박을 하지 않는다고 은행 PB는 귀뜸했다. 금리차가 크지 않아 자금을 옮겨도 그다지 큰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2% 금리가 얼마나 낮은 건지 한번 살펴보자. 재무학의 '72의 법칙'을 이용하면 복리 이자율로 저축해서 원금이 2배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대략 계산할 수 있다. 72를 이자율로 나누면 된다. 여기서 정기예금 금리가 2%이므로 정기예금한 저금이 2배로 불어나는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36년(=72/2)이 된다.

따라서 만약 30세부터 저축을 하기 시작한다면 환갑이 훨씬 지나서야 겨우 저축액이 2배로 불어나는 걸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2%의 금리로는 소위 재테크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은행엔 정기예금 말고 수익률 높은 다른 상품은 없는 걸까?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에 비해 위험도가 높지만 높은 수익률을 주는 금융상품이 꽤 있다. 예를 들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신탁(ELT) 같은 파생금융상품들이다. 특히 최근엔 수수료 차감후 수익률이 연초 대비 크게는 3% 정도 올라 10%를 훌쩍 넘는 것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ELT 상품 가운데 최고 위험대에 속하는 95 배리어(손실발생한계선)를 갖고 있는 ELT(노낙인, 6개월 조기청산)의 경우엔 수수료 차감후 수익률이 10% 중반대까지 나와 있다. 이보다 위험성이 덜 한 85 배리어의 경우엔 8%대 수익률을, 75 배리어 ELT의 경우엔 현행 정기예금 이자율보다 2배나 높은 4% 중반대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배리어가 낮을수록 기초자산 가격이 그 아래로 떨어질 확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덜하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한번이라도 배리어 아래로 떨어질 경우 손해를 입는 낙인(knock-in)에 비해 노낙인(no knock-in)은 그럴 위험이 없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 게다가 6개월마다 조기 청산이 가능한 이점도 갖추고 있다. 요즘은 4개월 조기 청산 가능한 ELT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75 배리어의 노낙인 ELT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앞으로 6개월내로 25% 이상 폭락하지 않는 한 6개월 후 4% 중반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현재 2% 초반대의 정기예금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만약 배리어를 75가 아닌 80이나 85로 올리면(=위험 부담을 높이면) 8%의 수익률까지도 넘볼 수 있다. 이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거의 4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ELT상품의 수익률이 올라 정기예금 금리보다 2~4배나 높아져도 강남 부자들은 눈길 한번 안 준다. 은행 PB는 강남 부자들에게 ELT를 설명하려면 아마 반나절은 족히 걸릴거라고 말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면 정기예금 금리가 2%로 떨어져도 강남 부자들이 정기예금만 고수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들이 유난히 위험회피(risk aversion) 성향이 크기 때문일까?

은행 PB는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먼저 절세 이유가 있다. 그동안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되던 10억대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 중에는 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하지 않게 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금리가 하락해 이자소득이 줄어든 대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고 세율대에 속했던 강남 부자들은 절세 효과로 더 큰 이득을 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수수료 차감전 3% 후반대의 금리를 제시하는 10년 비과세보험이 고액 자산가에겐 정기예금보다 금리나 세금 면에서 모두 유리하다. 일시납으론 1인당 2억원이 한도이지만 적립식의 경우엔 1인당 한도 제한을 받지 않기에 수십억 원을 저축해서 모두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강남 부자들이 2%의 초저금리에도 정기예금만을 고집하는 건 그들이 극도의 위험기피자여서도 아니고 바보라서도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는 절세 효과도 있고 정기예금 보다 높은 비과세보험이라는 대안이 여전히 매력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들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증시가 어떻게든 상승해서 주식투자 수익률이 평균 10% 이상은 넉넉히 나와야 한다. 그런데 거액 자산가가 증시로 이동하지 않으면 증시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증시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 이상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얘기로 귀결된다.

강남 부자들을 증시로 유도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강상규 소장 mtsqkang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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