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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월드리포트] "남친 맘에 안 든다" 6년간 친딸 감금 비정한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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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육과 학대 사이

SBS

유교의 본 고장이자 오랜 훈육의 전통이 내려져 오는 중국에서는 심심찮게 충격적인 자녀 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지속하여 온 '1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집집이 '소황제', '소황녀'를 떠받들다시피 하면서 제멋대로 자기만 아는 아이들이 넘쳐나고 있는 게 전반적인 경향이지만 동시에 그 반대의 현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들, 딸을 자기의 소유물처럼 여겨 자녀들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재단대로 조종하며 이리저리 이끌 수 있다고 믿는 부모들도 상당히 많다는 얘기입니다. 부모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자녀가 따라주지 않으면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하고 또,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깊이 빠지다 보면 혹독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체벌이나 학대도 서슴치 않게 되는 겁니다.

'타이거맘' '이글대디'란 용어까지 생길 정도로 중국 부모들의 매서운 훈육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성적이 안 좋다는 이유로 버릇없이 군다는 이유로 엄동설한에 팬티만 입혀 집 밖으로 내쫓거나 밤새 잠을 안 재우고 체벌을 하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되는 중국인 부모들이 종종 국제뉴스를 장식하곤 합니다. 하지만 '훈육'과 '학대'사이에 경계가 모호해지는 그 순간 한 가정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며칠 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을 통해 보도된 사건 역시 비뚤어진 자녀 양육의 비극적인 종말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중부 내륙 후베이 성에 사는 장씨 부부 역시 여느 중국 부모와 마찬가지로 딸 사랑이 지극했습니다. 쥐면 터질까 불면 날아갈까? 금지옥엽, 곱게 곱게 키워 온 딸이 18살 되던 지난 2009년 장 씨 부부는 딸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이성 교제에 빠진 딸이 맘에 안 들었던데다 교제 상대인 남학생이 영 성에 차지 않자 장 씨 부부는 딸에게 응분의 조치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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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남자 친구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판단한 부모는 딸을 자신의 집 지하실에 가뒀습니다.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갇힌 딸에게는 물과 최소한의 끼니만 제공됐고 남자친구와의 교제를 그만두겠다는 약속과 함께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는 주문이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벌이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 달, 두 달이 지나갔지만, 부모는 좀처럼 딸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지하실은 사설 감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갑자기 딸이 사라진 것을 이상히 여긴 이웃들이 행방을 묻자 부모는 자신의 딸이 정신병을 앓아 요양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무려 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하실 속 딸은 정말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극심한 공포와 부모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딸의 비참한 처지를 우연히 이웃에 살던 주민 한 사람이 눈치챘습니다. 마치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동물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딸의 모습을 이 주민이 사진에 담아 온라인에 게재했습니다. 공안 당국에도 신고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한 집안의 가정사에 관여하기가 쉽지 않고 딸이 실제로 정신병을 앓고 있어서 이런 식으로 돌볼 수밖에 없다는 부모들의 변명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진을 네티즌들이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딸의 비참한 사연과 비정한 부모의 학대가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그 동네에서 상당한 권력을 지닌 이른바 '지방 유지'였기 때문에 공안 당국이 학대를 눈치챘으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뒤늦게 후베이 성 지방정부의 관리들이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아마도 딸은 6년간의 고통스러운 감금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비뚤어진 딸 사랑에서 비롯된 이 가정의 깊은 상처가 이제 와서 치유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낳아 길렀다는 이유로 아들, 딸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부모들의 위험천만한 자녀관을 바꿔야 이런 비극이 재연되지 않을 겁니다.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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