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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TF현장] 휴대전화 대리점, 단통법 피하기 "만두 15개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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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보조금 기승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불법보조금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 대리점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이 때문에 불법보조금 근절 내용을 담고 있는 단통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용산=이성락 인턴기자


'알 사람은 다 안다' 단통법 비웃는 불법보조금 기승

"만두 15개 드릴게요", "갈비 10개 어때요?" 휴대전화 대리점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 오간다. 고객을 불법보조금으로 유혹하고 있는 은밀한 뒷거래 현장이다. '만두', '갈비'는 일부 금액을 고객에게 다시 돌려주는 불법보조금 '페이백'을 달리 부르는 은어(隱語)로 만두 15개를 준다는 말은 15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들은 이 같은 생존형 '꼼수'를 부려 단속반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불법보조금 근절과 이동통신 가입자 이익증대를 위해 시행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올라갈 기미 없는 공시지원금에 고객들이 줄어들자 휴대전화 대리점은 '실적'에 목말라 '페이백'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 대리점은 불법보조금이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불법보조금은 100% 존재하고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단통법을 비웃는 불법보조금이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더팩트>는 불법보조금을 둘러싼 뒷거래 이야기를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들에게 직접 들어보기 위해 대리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시 용산으로 향했다.

◆ "저희 대리점은 없지만…불법보조금,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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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보조금 있어요"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들은 불법보조금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오후 5시 찾은 용산 휴대전화 대리점 밀집 지역에서는 가입자를 받기 위한 호객행위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기가 무섭게 "여기 앉으세요. 어떤 제품 찾으시는데요?"라고 말하며 손님을 잡기 위해 얼굴을 먼저 들이밀었다.

대리점 한 곳을 정해 자리에 앉자 직원은 제품 설명에 힘을 쏟았다. "페이백 있나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직원의 표정에 갑자기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다시 한 번 "불법보조금 형태로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직원은 고민에 빠진 듯 깊은 한숨을 쉬더니 주위를 살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거('페이백') 불법이라서 저희는 없지만, 아마 있을 거예요"라고 흘리듯 말했다. 단통법 이후 불법보조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럴 확률은 없다"며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가족들과 친구들같이 지인들에게는 분명히 불법보조금 형태로 휴대전화를 싸게 해주고 있다"며 "일반 고객에게도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빼준다는 명목으로 가입자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휴대전화 대리점의 대답도 비슷했다. "경쟁이 심하니까 당연히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처럼 대놓고 할 순 없지만, 표가 안 나게 불법보조금을 이용한 가입자를 받는다"라며 "하지만 저희 대리점에서는 정직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불법보조금으로 가입자를 받는 방식은 이러했다.

불법보조금을 대놓고 지원하면 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중고 휴대전화 판매 금액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의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팔아주겠다며 받은 뒤 판매장려금 일부를 휴대전화 판매 금액에 얹어 가입자에게 돌려준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이다.

휴대전화 업계 관계자는 "중고 휴대전화 판매금에 불법보조금을 얹어 지원하는 형태로 가입자를 받으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며 "단속이 와도 기기반납금으로 지원한 것은 확인하지 않으니까 단속반이 몰래 개통을 하면서 잡아내지 않는 이상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단통법 단속 피하는 방법 '만두? 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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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피하기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들은 불법보조금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만두', '갈비', '별' 등의 은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단속을 피하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 '페이백'이란 말 대신 은어를 사용하는 것. 휴대폰 대리점 직원들이 그들만의 암호를 정해놓은 것이다.

'페이백'을 달리 부르는 은어는 다양했다. '만두', '갈비', '별' 등으로 대리점 직원들은 "만두 20개 드릴게요"라던지 "별 15개가 있네"라고 말하며 고객을 유혹한다. 그들만의 언어를 정해놓으면서 불법보조금을 티나지 않게 지급하고 있다.

휴대전화 대리점 관계자는 "단가표 위에 암호로 숫자를 써놓는 경우도 있다"며 "그 대리점 직원들과 일부 고객들만 알 수 있다. (단속에) 걸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7개 휴대전화 대리점은 현재 '페이백'형태로 불법보조금 지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에 통신사에서 원하는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받는 판매장려금을 불법보조금으로 지원하면서까지 가입자를 받는 것이라고 말하며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불법보조금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보다 단통법의 실효성에 의심을 품는 목소리도 있었다. A휴대전화 대리점 관계자는 "공시지원금이 낮아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야되는 소비자들은 불법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면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휴대전화 대리점을 빠져나오는 이 모(24)씨는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다. 불법이긴 하지만 일단 나에게는 이익이다. 나는 피해 보는 게 없다"고 말했다.

통신사 측은 이런 휴대전화 대리점의 불법보조금 지원을 제재하기보다 부추기는 모양새다. B대리점 관계자는 "통신사가 많은 가입자를 받아오는 직영점을 좋아한다. 그래서 실적에 따라 차등으로 판매장려금을 지원한다. 소형 매장 같은 경우에는 원하는 실적을 올리기 힘들다. 불법보조금 주더라도 실적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단통법은 휴대전화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가입유형(번호이동, 기기변동), 나이, 가입지역 등에 따른 보조금 차별은 금지되며 위반하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보조금이 낮아 휴대폰 값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줄기 시작했다. 이런 소비자를 끌기 위한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렸고 몇 차례 불법보조금 대란을 겪자 단통법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더팩트ㅣ용산=이성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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