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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주말에 가볼 만한 곳: 목포에 가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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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목포=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국토의 남쪽 끝 목포는 여행자에게 각기 다른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어떤 이들은 서민의 호주머니를 만족하게 해줄 저렴한 맛집이 즐비한 곳으로 인식한다. 세발낙지와 짱뚱어탕 등 대표 먹을거리를 비롯해 신선한 해산물이 기본 반찬으로 구성된 정식 등 목포 맛집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 다른 이들은 근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유산이 많은 곳으로 기억한다. 목포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비롯해 근대화의 흔적을 가진 적산가옥들도 즐비하다.

일단 차를 몰아 저렴한 백반집부터 찾았다. 8천원짜리 백반은 명성대로 실망을 주지 않았다. 흔한 양념게장 반찬 하나에도 정성이 들어 있어 더욱 맛깔 난다.

이어 찾기 쉬운 목포근대역사관에 들렀다.

목포근대역사관은 두 곳인데 한 곳은 옛 목포 일본영사관을 본관으로 쓰고 있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도 근대역사관으로 운영된다.

유달산 자락의 야트막한 언덕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옛 일본영사관 건물은 보기에도 아름답다.

샹들리에로 장식된 내부는 방마다 근대유산이 수두룩하다. 일제의 수탈 과정을 알기 쉽게 유물 등이 잘 전시돼 있다.

길을 나서 적산가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에 들러 차를 마셔본다. 일본식 기와가 그대로 살아 있는 이곳은 내부가 고풍스럽고 고급스럽다.

카페를 나오면 대각선으로 마주 보이는 곳에 얼핏 봐도 웅장하기 그지없는 2층 석재건물이 있다. 이곳도 목포근대역사관으로 과거 일제수탈의 선봉이 됐던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 큰 감흥 없이 이것저것 보다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웅장한 금고 문을 보는 순간, 고등학교 때 책상머리에 앉아 외우기만 했던 지식이 산 지식으로 부활한다.

육중한 문 뒤로는 커다란 방이 있는데 한때 이 방이 모두 금으로 채워졌다는 설명을 듣자 전율이 흘렀다.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에서 금으로 바른 벽면을 보고 느꼈던 전율과 비슷하지만 감정은 달랐다.

스페인이 남미에서 약탈한 금덩어리로 성당 내부를 채운 세비야 대성당은 엄청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명소가 됐다. 스페인 약탈자들은 남미에서 약탈한 금덩어리로 성당 내부를 채우면 천국으로 간다고 믿었던 것일까.

반면 목포의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은 그와 정반대의 유물이다. 약탈당한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흔적이다.

오래 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은 일이 떠올랐다. 미술교과서에서 보고 암기했던 제리코의 명화 '뗏목'을 바라보던 그 순간 말이다. 자그마한 작품인 줄 알았는데 천장까지 올라간 대작임을 알고 그 규모에 압도당했다.

더 놀라운 것은 '마실 나오듯' 그 앞에 단체로 앉아 교육을 받던 프랑스 초등학생들이었다.

교과서에서나 봤던 명화들을 교사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교육. 암기한 미술품을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직접 느끼는 것이다.

이후 들른 콩코르드 광장에선 이집트에서 약탈해 온 오벨리스크 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기념촬영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에게는 내세울 만한 관광유적이 어떤 것이 있을까. 약탈한 유적이 없다면 약탈당한 흔적이나마 보존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이것이 광복 70주년을 맞는 3.1절 이번 주말에 목포를 다녀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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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가볼 만한 곳 : 목포의 백반집 (목포=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목포의 백반집은 왠만한 반찬도 신선하고 맛깔스럽다. 2015.2.27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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