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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월드리포트] "다음은 우리 차례"…러시아 앞에 벌벌 떠는 발트 3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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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것이다." 발트해 연안 국가인 리투아니아의 외무장관이 한 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침공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영국 국방장관도 발트해에서 러시아는 "실존하는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번 주 러시아 서부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인접 지역인 프스코프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낙하산 부대원 2천 명이 투입돼 가상의 적군 공항을 장악하고 파괴하는 훈련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에도 발트해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병력 9천명과 수십 척의 해군 함정, 전투기를 동원한 육해공 합동 훈련이었다. 러시아는 지난해 이 지역 국가의 영공을 여러 차례 침범했다. 그 때마다 발트 국가들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가 경고했지만 러시아는 막무가내였다.

발트 3국이 러시아의 군사훈련 외에 전쟁을 걱정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든지 러시아가 보호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 때문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크림반도를 합병할 때, 동부 지역에서 전투를 벌일 때도 러시아어 사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발트 3국에도 러시아어 사용자가 있기 때문에, 푸틴의 논리대로라면 언제든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러시아 공포에 질린 발트 3국이 대응에 나섰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동부 나르바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다. 독립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한다. 병력 1,400명이 행진에 참가했고 탱크와 중화기도 거리에 등장했다. 지난해 1억 유로를 들여 구입한 44대의 전투차량도 선보였다. 자국 군인들 뿐 아니라 미국 성조기가 휘날렸고 영국, 스페인 군인 등도 보였다. 인구의 93%가 러시아를 사용하는 도시에서 군사 행진을 벌여 나토의 집단 안보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테라스 에스토니아 군사령관은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명확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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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도 폐지한지 7년 만에 징병제를 부활하기로 했다. 최근 지정학적 환경이 군대 강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위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징병제는 오는 9월부터 19~26세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복무기간은 9개월이다. 리투아니아는 앞으로 5년간 징병제를 실시할 계획이며, 연장 여부는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번 주 미군과 합동 훈련도 실시했다. 리투아니아가 나토 회원국으로서 안보를 보장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발트 3국은 구 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1991년 분리 독립했다. 독립 이후에는 눈을 서쪽으로 돌려 유럽과 급속히 가까워졌고, 유럽연합과 나토 회원국이 됐다. 유럽 경제와 나토의 집단 안보 체제를 믿은 것이다. 발트 3국은 나토에 안전 보장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들은 올해 예산에서 군비를 3% 감축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가 군비를 증액하기는 했지만, 러시아에 혼자 맞설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러시아를 맞대고 있는 발트 3국, 동유럽 국가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경채 기자 seokc@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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