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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인터뷰]강하늘 "관심 뒤에 따라오는 고민, 배우로서 당연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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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하늘이 60년대 우리들의 우상 '윤형주'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비주얼은 물론, 노래, 호흡, 발음까지 윤형주의 그것을 닮으려 애를 썼다.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강하늘을 최근 만났다.

'쎄시봉'은 1960년대 후반 무교동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하는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꿈에 대한 이야기. 정우와 한효주, 진구, 조복래, 강하늘, 김윤석, 김희애, 장현성 등이 출연했다.

헤럴드경제

윤형주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쎄시봉의 노래를 듣고 자란 강하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의 순간이었다.

"많은 분들이 '쎄시봉'을 봐주시고 계셔서 기분이 좋아요. 아버지가 지금도 라이브 카페에서 기타를 치시고 음악을 하시는데 윤형주 선생님을 보고 꿈을 키웠고 그 시대 쎄시봉에 드나드셨거든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쎄시봉을 다시 재조명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분이 좋네요."

"아버지가 실제로 존재했던 쎄시봉 라이벌 카페에서 지금도 라이브를 하고 계세요. 촬영하기 전부터 개봉이 언제냐고 물어보시고, 녹음한 거 있으면 들려달라고도 하시고 관심을 많이 보이셨어요."

강하늘이 출연한 '쎄시봉'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며 3월에는 신하균, 장혁과 함께한 '순수의 시대', 김우빈, 이준호와 호흡을 맞춘 '스물'이 연달아 선보인다. 연이어 작품을 내놓는 강하늘을 두고 업계에선 진정한 '충무로의 대세'라고 부르고 있다. 정작 강하늘은 영화들이 연달아 개봉함에 있어 어느 한 작품에라도 폐가 될까 걱정이 앞선다.

"단순히 다작을 한다고만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작품을 쉬지 않고 해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한건 아니거든요. 고심해서 작품을 고르고, 열과 성을 다해 촬영을 했어요. 촬영 당시에는 개봉일이 정해져있지 않잖아요. 개봉이 겹치면서 그렇게 열심히 찍은 작품들이 후루룩 나와버리니까 오히려 작품들에게 미안해요. 하나하나 애정이 있는 작품인데 쉽게 보일 것 같아서요."

"'순수의 시대', 스물' 각각 작품의 캐릭터가 달랐던 것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전 대본을 볼 때 다 읽고 역할을 봐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물론 있죠. 이 두 가지는 굉장히 크게 차이가 나요. 작정하고 '이미지 변신을 해야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하면 작은 그릇이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이 먼저 있고 그 안에 역할이 되야 해요. 역할을 위해 존재하는 작품은 없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역할들은 다 작품 보고 선택 한 것입니다."

"작품이 나오면 설명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이런 마음을 한 사람 잡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이야기 해봤자 핑계처럼 보일 수 있고요. 작품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봐주시는 분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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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은 윤형주라는 우리나라 한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를 연기하는만큼 디테일과 이야기에 연구하고 신경 써야 했다. 강하늘은 오직 '윤형주 선생님께 폐가 되 말자'라는 일념으로 연기했단다.

"실존 인물이다보니 자유롭게 하기보단 누를 끼치지 말아야지란 생각으로 연기를 했어요. 윤형주 선생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말자 그 목표로 삼았고, 또 목표가 구체적이라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은 나쁘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가상의 인물이 조금 더 열려 있어서 연기하는데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윤형주 선생님 처럼 보이려고 연구했어요. 선생님이 생머리인데 저도 생머리거든요. 영화에 나오는 머리 특별히 손질 하지 않은 머리였어요. 그게 제일 편했죠. 하하. 또 당시 영상을 보면 선생님이 영어 발음이 투박하세요. 지금 보면 촌스러워보일 수 있는 그런 발음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강하늘은 정우, 한효주, 진구, 조복래 등의 동료들과 함께 연기를 하면서 참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잘 맞는 연기자들끼리 카메라 밖에서나 안에서나 호흡이 좋았다.

"정우 형은 제가 워낙 팬이었어요.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복래 형은 굉장히 가슴 따뜻한 사람이더라고요. 저까지 셋이 부산 출신인데 복래형은 정통 부산파라고 해야할까요? 투박하고 묵묵한 사람이더라고요. 그러나 진심 만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형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서 복래형이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동생으로서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진구 형은 제가 개인적으로 많이 따랐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친분을 쌓게 됐는데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마음이 잘 맞는 형이에요. 촬영장 가면 진구 형도 저 보고 '내 동생 왔어~' 이렇게 불러주셨어요."

"효주 누나는 털털하고 소탈해요. 성격이 정말 좋으세요. 남자끼리 놀고 있으면 같이 어울리기 힘들텐데 그런 기색 하나 없으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는데 못 다가간게 아쉬워요. 제가 여배우 울렁증이 있거든요.(웃음) 여배우에게는 주변 시선이 많이 가니까 폐 끼칠 것 같아서 못친해지겠더라고요. 이 기회에 조금 더 친해져 놓을 걸 아쉽네요.하하"

강하늘은 배우로서, 또는 한 사람으로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전했다. 좋은 사람이 연기하며 전하는 감정들이 대중에게 더 좋은 영향은 물론, 설득하는 힘이 다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게 목표에요. 좋은 연기자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야 하는 것 같아요. 연기는 허구의 이야기를 역할을 통해 설명하는건데 좋은 사람이 아니면 그 설명이 좋을 리 없잖아요. 좋은 사람이란 게 아무때나 웃고 다니는 그런 걸 뜻하는 건 아니고, 울 때 울 줄 알고, 화낼 때 화낼 줄 아는, 많은 감정을 솔직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난해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 문제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주변에서 봐주고 느껴주는 것이죠.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았냐 이 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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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은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록, 그 시선들이 자연스레 연극에 쏠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정말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였다. 연극 이야기가 나오자 기분 좋은 흥분을 숨기지 못했다. 또한 인기 뒤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배우로서의 고민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가 브라운관, 충무로 어디에서나 강하늘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일 것이다.

"연극만이 제 관심 1호입니다. '몬스타' 이후에 인지도가 높아졌는데, 그 때는 인지도가 생긴다는 것에 어린 마음에 거부감이 있었어요. 인지도를 쌓으면 뭐가 되는 것 같고, 이런 생각을 하는게 싫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제가 작품을 하면 당연히 쌓이는게 인지도더라고요. 그걸 어떻게 현명하게 쓸 것인지 고민해서 이번에 연극을 선택하게 됐어요. 사람들에게 좋은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마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받을 수 있어서 참 기분이 좋네요."

"단 거에 빨리 취한다고들 하잖아요. 끊기도 어렵고요. 솔직히 지금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행복해요. 그런데 또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개인적으로 내가 하는 생각들이 남들에게 비쳐질 때 가볍게 보일 수 있는 것들, 이 작품이 잘되면서 '강하늘이 떴다' 이런 쉬운 표현들로 포장되고 있는 것들, 저의 근본적인 마음 가짐 등이 스트레스로 오더라고요. 주변에서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시긴 하는데 전 제가 받고 있는 관심과 이런 스트레스는 등가교환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고민은 당연히 제가 해야 할 몫이라고 느낍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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