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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질 피살에 일본 충격…"테러에 굴복 안해" 대책 분주>(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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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부 비판 목소리도…자위대 활동범위 확대 논란 일 듯

연합뉴스

일본 여성들이 도쿄 시내에서 고토 겐지(後藤健二·47)의 참수 소식이 담긴 호외 신문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특파원 = 일본 열도는 1일 일요일 새벽에 날아든 고토 겐지(後藤健二·47)씨 참수 비보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께 고토 씨 살해 동영상이 공개됨에 따라 조간에 소식을 싣지 못한 일본의 여러 신문사는 호외를 발행했다. 각 도시 번화가로 외출한 시민들의 시선은 관련 속보를 전하는 뉴스 전광판에 고정됐다.

일본 정부는 특히 '이슬람국가'(IS)에 인질로 억류된 일본인 인질 구출을 위해 필사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 씨에 이어 고토 씨로 보이는 인질마저 참수된 동영상이 공개되는 등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 데 대해 충격과 함께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아침 즉각 관계 각료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차례로 열어 대응책을 논의, "국제사회가 테러와 싸우는 데 일본의 책임을 의연히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 회의에서 국내외 일본인의 안전 확보에 철저를 기할 것을 당부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등을 위해 해외에 파견된 자위대가 IS의 테러대상이 되지 않도록 단독 외출을 금지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비열하기 짝이 없는 테러행위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 테러리스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으며 그 죄를 갚도록 국제사회와 연대할 것이다. 일본이 테러에 굴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식량지원, 의료지원 등 인도 지원을 더욱 확충하겠다면서 "(이번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에게 국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인질 사태 해결을 위해 외교 채널 등을 동원, IS 범행 그룹이 문제시한 일본의 2억 달러 중동 지원은 군사지원이 아닌 '인도적 지원'이라고 호소해 왔다.

또 고토 씨 석방을 위해 여성 테러리스트 사형수가 갇혀 있는 요르단 정부와 터키 등 관계국가와 긴밀히 협력해 왔으나 이러한 외교 노력 등이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일본인 인질 2명 모두의 처형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끝난 이번 사태는 비군사 분야의 인도지원이라 하더라도 미국, 유럽에 협조하면 IS의 적대 대상이 된다는 점을 IS가 경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를 중동 원유에 의존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의 활동이 불가피한 일본 정부로서는 어려운 과제를 새로 안게 됐다.

특히 고토씨 살해를 알리는 동영상에서 IS의 '복면 괴한'이 일본인에 대한 추가 테러를 거론함에 따라 일본 정부의 해외 자국민 보호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본 외무성은 세계 각국 주재 대사관과 총영사관에 일본인 안전 대책을 강화할 것을 지시하고, 해외 여행을 가는 자국민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인질 석방에 실패한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호헌파 시민단체 회원 등 약 200명(주최측 발표)은 1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총리 관저 앞에서 '애도와 항의의 관저 앞 침묵 행동'으로 이름 붙인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나는 겐지다', '인명은 지구보다 무겁다'는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조용히 시위를 벌였다.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메시지도 등장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집회를 주도한 호헌단체 간부 다카다 겐(高田健) 씨는 "일본에는 평화헌법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적(敵)이 없는데,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집회와 별개로, 교도통신의 취재에 응한 구로키 히데미쓰(黑木英充) 도쿄 외국어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지난달 17일 중동방문 때 IS 대책에 2억 달러를 지원할 방침을 발표한 것이 "(IS에)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말았다"며 "일본인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큰 위험을 짊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베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자국민 구출을 위한 자위대의 활동 범위 확대 등을 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최근 국회 답변을 통해 현재는 자국민 구출을 위해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 무력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당사국의 동의가 있을 경우 자위대의 능력을 살려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은 올봄 정기국회에서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과 관련한 안보법제 정비와 함께 이러한 자위대 해외 활동 문제를 제기, 여야 간에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참수 영상에 나온 인질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고토 씨일 가능성이 크다. 고토 씨 본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카와, 고토 씨 외의 다른 일본인이 IS 지배지역에 억류돼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없다"고 말했다.

y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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