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흡연 뒤 아이 안지 마세요…호흡만으로 니코틴 옮겨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무서운 ‘3차 흡연’ 피해 경고

담배 연기가 없는 곳은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3차 흡연’ 때문이다. 흡연하지 않는 시간·공간에도 흡연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서홍관(국립암센터) 교수는 “흔히 흡연자나 흡연자 집에서 담배 찌든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이게 바로 3차 흡연”이라며 “지금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유해물질은 언제든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담배 연기가 없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흡연 시 발생하는 발암물질은 흡연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다. [서보형 객원기자]


담배연기 독성 물질, 실내에 흡착 후 방출

흡연 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은 보통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흡연 시 배출돼 옷이나 장난감에 흡착된다. 집먼지와 페인트가 칠해진 벽에도 잘 달라붙는다. 흡연이 이뤄지지 않은 실내환경일수록 흡착이 잘 된다. 흡착된 상태로 존재하다 공기 중에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지속된다.

미국환경보건국(EPA) 연구에 따르면 먼지에 흡착된 니코틴은 21일이 지난 후에도 40%가 남아 있다. 또 흡연이 장기간 이뤄진 실내는 흡착돼 있는 니코틴의 양이 담배 한 개비를 흡연했을 때 나오는 양보다 많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비흡연자의 3차 흡연이 이뤄진다. 적어도 실내에서는 필히 금연해야 하는 이유다.

발암물질 농도, 비흡연자 집의 23배 이상

흡연하지 않는 실내라고 예외는 아니다. ‘니코틴·담배 연구(Nicotine & Tobacco Research, 2008)’ 저널에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실내에서 흡연한 차량과 금연한 중고차에 대한 비교 연구다. 차 안에서 금연한 차량의 실내공기 니코틴 농도는 흡연한 차량보다 낮았다. 하지만 차량 내부 표면, 또 채집한 먼지의 니코틴 농도는 차 안에서 흡연한 차량과 별 차이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흡착된 니코틴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점이다.

미국 버클리국립연구소는 담배에서 유래하는 잔류 니코틴이 실내에 존재하는 아질산(HONO)과 접촉하면 발암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담배를 피우는 자동차 실내에 흡착됐던 니코틴을 조사해 보니 아질산과 상호작용해 니트로사민(nitrosamine)이 생성됐다. 니트로사민은 독성이 강한 발암물질이다. 특히 담배 연기로 인해 만들어진 니트로사민을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TSNA·Tobacco specific Nitrosamines)’이라고 한다.

서 교수는 “니코틴이 변형돼 만들어진 발암물질은 포름알데히드보다 강력한 발암물질”이라며 “흡연자가 흡연하지 않더라도 흡연자가 머무른 공간에는 이런 발암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미네소타의 매소닉 암센터(Masonic Cancer Center)가 TSNA 중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인 NNK의 실내농도를 측정한 결과, 흡연자의 집은 평균 700pg/100㎠에 달한 반면 비흡연자의 집은 30pg/100㎠ 이하에 그쳤다.

3차 흡연 유해물질, 아이 체내에 흡수

3차 흡연은 아이에게 치명적이다. ‘담배 규제(Tobacco Control)’ 저널에 실린 연구결과 집 안에서 흡연하지 않더라도 신생아가 담배의 독성 물질인 니코틴에 노출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비흡연자 가정, 그리고 흡연자가 있지만 집에서 금연하는 가정, 실내에서 흡연하는 가정으로 나눈 뒤 신생아의 소변 코티닌 농도를 측정했다. 코티닌은 니코틴의 대사 산물이다. 코티닌 농도가 높으면 3차 흡연에 노출되고, 인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집에서 흡연하지 않는 흡연자 가정의 코티닌 농도는 비흡연자 가정의 5~7배에 달했다. 집에서 흡연하는 흡연자 가정은 집 안에서 흡연하지 않는 흡연자 가정의 3~8배였다.

흡연 직후 바로 아기를 안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흡연을 마쳐도 담배연기는 흡연자의 폐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연기와 유해물질은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흡연 후 1분 안에 배출량이 급격히 줄어들지만 14분까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서 교수는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고 아이를 안으려면 이와 몸을 닦고 머리를 감은 뒤 옷을 갈아입은 상태에서 안아야 한다”며 “그래야 3차 흡연의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3차 흡연 피해를 줄이려면

● 금연이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다.

● 흡연은 실내(차 안 포함)에서 하지 않는다.

● 흡연 후 최소 15분이 지난 뒤 실내에 들어간다.

● 흡연 후 또는 흡연자와 함께 있었을 때는 샤워를 하고, 옷은 세탁 또는 격리시킨다.

● 담배를 피운 직후 다른 사람과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다.

● 아이와 접촉할 때는 반드시 가글하거나 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

류장훈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 중앙일보 :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