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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엄지발가락 수술 6~8주 뒤엔 킬힐 신고 당당하게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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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견우병원 간편한 무지외반증 수술 선봬

“발이 엄청나게 못생겼어요. 창피해서 발가락이 보이는 신발은 안 신어요.” 직장인 한지연(34·서울 관악구)씨의 고민은 발이다. 그녀는 키가 작아 대학 시절부터 굽 높이가 9㎝ 이상인 킬힐을 즐겨 신었다. 그런데 최근 엄지발가락이 심하게 휘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는 둘째·셋째 발가락까지 엄지발가락에 밀리면서 휘었다. 발바닥 앞쪽은 단단하게 굳은살이 배겼다. 엄지발가락이 옆으로 툭 튀어나와 신발을 신고 조금만 걸어도 불에 덴 듯 아프다. 연세견우병원 박의현 원장은 “킬힐을 신으면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발 균형이 깨진다”며 “발가락 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압박해 엄지발가락이 기형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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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견우병원 박의현 원장이 발 모형을 들고 무지외반증 증상·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보형 객원기자]


S라인 내세우다 척추·무릎·발목 골병

엄지발가락이 검지발가락을 향해 휘는 무지외반증. 엄지발가락(무지)을 지지하는 힘줄·인대가 늘어나 발생한다. 엄지발가락 뼈가 변형돼 다른 발가락 신경까지 자극한다. 굽이 높거나 발을 꽉 조이는 신발이 주범이다. 그러다 보니 기능보다 예쁜 신발을 선호하는 여성에게 많다. 체중의 90%가 발 앞쪽으로 실려 발가락으로 이를 지탱해야 하는 하이힐이 최악의 신발이다.

굽이 높은 것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뾰족하고 좁은 앞코는 치명적이다. 킬힐의 대부분은 발이 앞으로 밀려 내려가지 않도록 볼을 좁게 만든다. 부챗살처럼 넓게 펼쳐져야 하는 발가락이 비좁은 신발 속에서 오밀조밀 들러붙다가 휜다.

뒷굽이 가늘고 높을수록 발목도 불안정하다. 평지를 걸어도 자갈밭을 걷는 것처럼 피곤하다. 박 원장은 “자기도 모르게 근육이 긴장해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에 체중을 싣지 않고 걷는다”며 “발목·무릎·엉덩이·척추로 이어지는 관절이 한쪽으로만 빨리 닳아 신체 균형을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치우쳐 팔자로 걷다 보니 발목이 잘 삐고 안쪽 무릎에 관절염이 잘 생긴다. 당연히 자세가 좋지 않아 허리디스크가 생길 확률도 높다. 인공관절 수술 환자 10명 중 7~8명은 무지외반증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가족력이 있거나 평발 등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면 발 변형이 쉽게 일어난다. 만일 이런 사람이 킬힐을 자주 신으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중증으로 진행된다.

엄지발가락의 휜 정도가 심하다면 수술로 교정치료를 받아야 한다. 맨발로 일어서 있을 때 엄지발가락이 꺾인 각도가 15도 이상이라면 무지외반증으로 진단한다. 박 원장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발 변형이 점점 심해져 발바닥을 지탱하는 뼈의 배열까지 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견우병원은 변형된 엄지발가락 뼈를 교정하는 방식(갈매기절골술)으로 무지외반증을 치료한다. 기존에는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뼈를 잘라내고 꿰매는 방식이어서 통증이 심하고 재발률이 높아 이를 보완한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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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나온 엄지발가락 뼈 되돌려 교정

박 원장은 “갈매기절골술은 엄지발가락 뼈에 가느다란 실금을 낸 뒤 긴 마디를 돌려 뼈를 가지런히 정렬하고 핀으로 고정한다”며 “무지외반증 원인 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해 재발률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발이 변형되기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셈이다. 이렇게 치료한 무지외반증의 98%가량은 수술 후 힐을 신어도 재발하지 않는다. 수술은 발목 부분마취로 20~30분이 걸린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 다른 병원에서는 3~5일 입원하지만 연세견우병원은 수술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다. 수술 후 깁스나 목발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걸을 수 있다. 6~8주 후면 하이힐 등 일반적인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다. 연세견우병원에서 적용하는 복합약물 주사요법 덕분이다. 주로 골절이나 인공관절 수술 환자에게 사용하던 진통요법을 응용해 무지외반증 환자에게 적용한 통증 회복관리법이다. 수술 직후 통증을 줄여 입원 기간을 최소화한다. 2011년 복합약물 주사요법 치료효과를 SCI급 학술지 국제족부&족관절 ‘Foot & Ankle International’에 발표했다.

박 원장은 “발은 수많은 뼈와 신경·혈관 등이 정교하게 얽혀 있는 인체기관”이라며 “발가락이나 앞꿈치에 통증이 있다면 발 건강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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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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