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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러 “북과 합동군사훈련 계획”… 한·미·중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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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영향력 확대 본격화… “동·서독 중재 노하우 적용”

우군 확보한 북 “미친개들과 더는 마주앉을 용의 없다” 피력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정세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한·미는 물론 중국도 러시아의 행보를 긴장감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은 지난달 30일 “북한, 베트남, 쿠바, 브라질의 국방부와 대규모 군사회담을 갖고 육·해·공군이 참여하는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할 계획”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통적 동반국가들과의 접촉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군사부문에서 북한과의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는 그동안 미·중 구도로 진행돼 왔던 한반도 문제 논의에 반대해 ‘러시아 방식’을 본격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6자회담 참가국이지만 농구 후보선수에 빗대 ‘식스맨’으로 불릴 정도로 한반도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관계가 냉전시대 이후 최악의 상태로 빠지고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외교소식통은 1일 “러시아는 냉전시대 동·서독의 화해를 중재하며 통일기반을 조성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 같은 방식을 한반도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식 해법은 남북이 차이점을 인정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부분부터 협력을 시작해 공존의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요약된다. 러시아는 북·러 경제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오는 5월 2차대전 전승기념식에 남북 정상을 초대해 남북정상회담을 중재하려는 의도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 움직임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에 돌파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달 31일 대미 공·해군 합동 해상목표물 타격훈련을 참관한 뒤 “사회주의 제도를 변화의 방법으로 붕괴시킬 것이라고 공공연히 짖어대는 미친 개들과는 더는 마주앉을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붕괴’ 발언을 한 데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과 핵실험 중단을 교환하자는 제의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반응이다. 러시아라는 우군을 확보한 데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정부는 러시아의 적극 행보가 부담스럽다. 정부가 러시아의 전승기념 행사 참석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문제에 중국이 책임감을 갖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동안 한·미의 대북정책 기조였다”면서 러시아의 역할 확대가 가져올 변화를 경계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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