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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국 다기(茶器) 현주소와 중국 진출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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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도예가 41명 ‘생활다기명품전’

한국 도예가들이 만든 다기(茶器·찻그릇)가 중국 차 애호가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부터 한국문화정품관(서울 돈화문로)에서 열리는 ‘한국생활다기명품전-한국 다기의 세계화를 위한 모색(사진)’은 한국 다기의 현재를 점검하는 동시에, 중국 다기까지 보여줌으로써 어떤 디자인과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다. 한국의 차 인구는 500여만명이고 점차 고령화되는 데 비해 중국은 전 인구의 절반인 8억명이 차를 즐긴다고 할 만큼 차의 종주국이다. 특히 한국 다기를 수입하던 일본 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차 문화가 발달한 중국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경향신문

이번 전시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도예가로 손꼽히는 신현철·박종훈·김갑순·김억주·이복규 작가를 비롯해 41명의 도예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모인 건 처음이다. 이 가운데 국내 차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신현철 작가의 다기 세트는 700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이다. 박종훈 단국대 교수는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만드는 다른 도예가들과 달리, 다기에만 집중하면서 제자들을 길러왔다. 한편 고 김대희 작가의 작품은 다완 1점이 1억원을 호가해 눈길을 끈다.

한국 다기는 변화 시점에 놓여 있다. 녹차나 말차에 집중되던 과거와 달리 보이차·우롱차·홍차·백차·황차·흑차 등 차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영향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차를 마신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으나 최근에는 양국 차 문화에서 국경이 사라졌다. 차가 다양해지면 다기도 차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다. 백자·청자 위주이던 색상이 파스텔톤 등으로 다양해지고 손잡이 위치가 차호(찻주전자)의 옆에서 뒤로 옮겨지며 찻잔이 작고 가벼워지는 등 변화가 생겼다.

한국 시장에 중국산 차와 함께 다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만큼 한국도 수출 기회를 노려왔다. 한류에 기대어 지난해 많은 도예공방들이 중국 시장에 접근했으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난해 9월 열린 베이징 차박람회에 10곳이 참여해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는 소문이 나면서 11월 광저우 차박람회에는 20곳, 12월 선전 차박람회에는 무려 40곳이 참가했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한국에 대한 호감과 한국 다기의 세련된 디자인, 독자적 미감 때문에 가능성은 적지 않은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이싱중한도자문화교류센터(중국 이싱 소재)의 서해진 대표는 “중국의 차 관련 시장 규모는 통계에 잡힌 것만 연간 100조원으로 8만개 기업이 있다”며 “우리 전통문화가 살아 있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다기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장에는 중국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자사차호(紫砂茶壺)도 시대별, 종류별로 선보인다. 자사차호는 자사란 돌을 갈아 물에 반죽한 뒤 1~10년 숙성시켜 만든 찻주전자다. 3월1일까지. (02)765-5634

<한윤정 선임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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