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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프랑스 유일의 프리미엄 세단, 푸조 '508 알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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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은 푸조에게 있어 매우 특별한 존재다. 세단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타 자동차 브랜드와 달리 푸조는 대부분의 라인업을 해치백으로 구성하고 있고, 해치백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508은 유일한 세단으로써 막중한 책임을 부여 받고 있다.

물론 푸조에는 '301'이라는 콤팩트 세단도 존재하지만, 301의 경우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동유럽 등의 시장에서만 제한적으로 판매되는 전략형 모델이기 때문에 푸조를 대표하는 세단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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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푸조 508은 푸조 라인업 내 최상위에 위치하는 세단으로써 푸조의 모든 디자인과 기술력이 총망라된 모델이다. 또한, 508은 푸조를 대표하는 세단의 역할을 넘어서 프랑스 전체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세단의 역할까지도 수행하고 있다. 푸조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인 시트로엥과 르노는 푸조와 마찬가지로 해치백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을 정도로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로 판매되는 세단을 찾기란 쉽지 않다. 푸조가 508 한 가지 모델을 갖고 있는 것처럼 시트로엥과 르노도 각각 'C5'와 '래티튜드(SM5의 유럽 버전)'라는 세단 한 가지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르노 래티튜드는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푸조 508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시트로엥 C5는 프리미엄 세단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C5는 시트로엥 라인업 내에서 프리미엄의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고, 이 역할은 DS 라인업이 대신하고 있다. 이와 달리 푸조 508은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현재는 시트로엥 DS5가 의전차다)로 사용된 적이 있는 프랑스 전체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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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의 프리미엄 성격은 푸조 해치백과 다른 진중한 디자인에서부터 확인된다. 현재 푸조의 디자인은 과거 개성이 강했던 펠린 룩 디자인을 버리고 조금 더 대중적이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508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 변화가 다른 푸조 모델보다 더 무게감이 있다는 것이 큰 차이다. 일부에서는 508의 이런 디자인 변화가 개성을 버리고 현실에 타협한 모습이라는 점에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푸조 입장에서는 508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난한 디자인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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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0년 데뷔한 508은 초창기만 해도 펠린 룩이 반영된 개성 있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등장한 페이스 리프트 모델부터는 날카로움을 줄이고 차분해진 디자인을 적용해 기존 508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곡선의 사용을 자제하고 직선 위주로 디자인을 펼침으로써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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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의 사용은 특히나 간결한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두드러진다. 가로 형태로 길게 디자인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이 둘러져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고 508 디자인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풀 LED(알뤼르 모델에만 적용) 방식이 더해진 헤드램프는 이전의 날카로움이 남아있지만, 직선으로 디자인을 마무리해 라디에이터 그릴과의 통일감을 키워주고 있다. 프론트 범퍼는 무난하면서도 평범한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범퍼 양 끝에 적용된 커다란 LED 주간주행등이 무난함을 상쇄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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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은 407 때부터 이어져온 푸조 세단의 전형적인 디자인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런 특징은 길게 뻗어있는 윈드실드와 직선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루프 라인, 쐐기 형태로 디자인 된 그린 하우스에서 찾을 수 있다.

508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전장이 40mm 길어지긴 했지만, 그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전륜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세단의 특성으로 인해 프론트 오버행이 길고, 커다란 트렁크 공간을 만들기 위해 리어 오버행도 꽤 긴 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휠베이스 길이도 넉넉해 전체적인 비례감이 어색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휠은 17인치 크기의 다이아몬드 스타일 방식이 적용됐는데, 휠의 디자인이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다소 작아 디자인 효과가 크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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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변화가 일어난 전면과 달리 후면은 오리지널 508의 디자인을 유지한 채 테일램프의 그래픽 표현과 리어 범퍼의 디자인만 바꾸는 선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작은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508의 후면은 여전히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다. 트렁크 리드와 테일램프가 너무 평면적인 구성을 갖고 있고, 전면과의 통일성도 부족해 508의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리어 범퍼 하단에 크롬을 더하고 디자인에 역동성을 더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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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열리는 트렁크는 545리터의 큰 용량을 자랑하며 공간효율성도 뛰어나 부피가 큰 짐도 쉽게 적재할 수 있다. 하지만 트렁크를 열기 위해서는 실내에서 스위치를 누르거나 키를 이용해야만 한다. 트렁크 주변에 트렁크를 열 수 있는 별도의 스위치가 없기 때문인데, 양손에 물건을 든 상태에서 곧바로 트렁크를 열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꽤 큰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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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어떤 부분에서는 프리미엄 세단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구성을 보여주지만, 일부 소재나 편의성이 떨어지는 디자인의 적용에서는 타 브랜드의 프리미엄 세단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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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우 깔끔하게 디자인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외관과 동일한 진중함을 전달한다. 대시보드를 크게 덮고 있는 플라스틱 재질이 썩 고급스럽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시원한 직선과 면을 사용해 완성한 디자인은 충분히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는 7인치 터치스크린과 송풍구를 하나로 묶어 깔끔함을 자랑하고 그 아래로 오디오, 공조장치 버튼을 차례대로 위치시키고 있다. 이들 버튼의 디자인은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갖고 있고, 조작감 또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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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과 오디오 사이에는 근래에는 보기 드문 팝업식 컵 홀더가 적용돼 있다. 센터페시아에서 이어지는 센터콘솔은 인조가죽과 알루미늄을 적절히 섞은 스포티한 디자인의 기어 레버가 위치하고, 그 아래로 푸조 다른 모델에도 널리 쓰이는 디자인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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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은 넉넉한 차체 크기에 어울리는 지름을 갖고 있으며, 디자인은 실내 다른 부분과 유사한 방식이 사용됐다. 스티어링 휠 너머로 위치하는 계기판은 다소 아쉽다. 프리미엄 세단이라면 계기판에서 여러 정보를 화려한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최신 트렌드의 기준으로 봤을 때 508의 계기판은 디자인이 너무 평범하고 계기판 내 디스플레이의 그래픽 표현도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

계기판 위로는 프리미엄 세단의 상징이기도 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속도뿐이고, 디스플레이 각도 또한 다소 애매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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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다른 푸조 모델과 달리 넉넉한 모습이지만, 특유의 세미 버킷 타입 디자인은 유지해 적절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실제 코너 주행에서 몸을 잡아주는 능력도 뛰어나다. 뒷좌석은 2815mm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수치보다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의 여유로움은 더욱 큰 편이다. 키가 큰 탑승객이더라도 답답함을 느낄 수 없고, 시트도 매우 편안한 구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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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의 뒷좌석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4존 공조 시스템이 적용된 덕분에 사용할 수 있는 뒷좌석 전용 공조장치다. 좌우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뒷좌석에서의 만족감이 더욱 높아지고, 좌우 윈도우와 리어 글래스로부터 들어오는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수동식 선블레이드도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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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되는 508에는 2가지 엔진이 올라간다. 에코(Eco)와 악티브(Active) 모델에는 112마력/27.5kg.m의 출력을 가진 1.6리터 e-HDi 엔진이 적용되며, 이번에 시승한 알뤼르 모델에는 2.0리터 HDi 엔진이 올라간다. e-HDi 엔진이 아닌 HDi 엔진인 탓에 연비를 높여주는 엔진 스타트-스톱 시스템과 같은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고, 변속기도 MCP가 아닌 토크컨버터 방식의 일반적인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3750rpm에서 163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고, 2000rpm에서 34.6kg.m의 최대토크를 발생시키는 2.0 HDi 엔진은 정숙성에서만큼은 독일산 디젤 세단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로 약간의 진동이 전해지기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일 부분은 아니며 어떤 속도대에서도 정숙성을 꾸준하게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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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움직임은 매우 부드럽다. 이전 508의 아랫급 모델인 308이나 208, 2008이 경쾌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전달했다면, 508은 푸조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답게 부드럽게 가속이 진행된다. 하지만 가속감이 폭발적이지는 않다. 200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하지만 타사 디젤 세단에서 기대했던 것 만큼의 강력한 가속감을 느끼기 어렵고, 꾸준하게 액셀 페달을 밟고 있어야만이 원하는 가속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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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에 적용된 2.0 디젤 엔진의 출력 자체는 넉넉하지만, 기대만큼의 가속감을전달하지 못하는 데는 아무래도 6단 자동변속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MCP가 보여주는 이질적인 변속감 대신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6단 자동변속기의 적용이 반갑기는 하지만, 직결감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엔진 회전수는 꽤 빠르게 올라가지만, 상승하는 엔진 회전수만큼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지 않아 기대만큼의 폭발력을 경험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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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시프트 패들을 바탕으로 한 수동 모드의 사용이나 변속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는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최고마력이 발생하는 시점인 4000rpm까지 엔진을 힘차게 움직이기 때문에 약간의 인내심만 갖는다면 원하는 속도에 조금 더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시승 당일 확인해 본 508의 최고속도는 170km/h 안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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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푸조 해치백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푸조 해치백이 기본적으로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508은 오로지 승차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는 과거 미국차가 떠오르기도 한다. 덕분에 노면의 크고 작은 진동은 서스펜션에서 다 걸러지게 되며, 이 부분에서는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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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508의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은 기존 푸조의 장점이었던 날렵한 코너링 실력을 발휘하게 어렵게 만든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역시 푸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첩하고 직관적이지만, 스티어링 시스템만을 믿고 코너에 빠르게 진입했다가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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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코너로 빠르게 진입할 수는 있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인해 무게 중심이 너무 빠르고 급격하게 이동해 한계가 빨리 찾아온다. 여기에 승차감 향상을 위해 적용된 편평비가 높은 타이어는 508의 코너링 퍼포먼스를 더욱 떨어트린다. 주행안전장치를 해제할 수 없어 코너링 도중 언더스티어를 만날 일은 많지 않지만, 푸조 특유의 운전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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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아쉬움은 기대만큼 연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엔진 스타트 스톱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고, 동력손실률이 비교적 큰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고는 하지만 435km를 주행하고 난 뒤 확인한 실제 연비는 공인연비 14.8km/l에 못 미치는 13.3km/l였다. 공인연비와 실제 연비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승 대부분이 정속 주행을 할 수 있는 고속화도로였다는 점에서 508의 연비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100km/h 내외의 속도로 정속 주행을 할 때 조차도 리터당 15km 정도의 연비만을 기록해 연비에 대한 아쉬움을 남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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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푸조 508의 매력은 무엇일까? 4490만 원에 판매되는 508 알뤼르는 비슷한 가격대나 크기를 갖고 있는 경쟁 모델과 비교해 연비나 주행 성능에서 다소 불리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보다 넓은 실내 공간과 압도적인 편의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508 알뤼르는 푸조의 장점인 고연비와 운전재미가 약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때문에 508에서 푸조의 장점을 경험하고 싶다면, 18.4km/l의 고연비를 갖춘 508 에코 또는 악티브 모델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준혁 기자innova33@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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