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치고 눈물 흘린 김진수, 아무도 그를 탓할 수 없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김진수(23·호펜하임)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가 발견한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왼쪽 측면 수비를 든든히 책임진 동시에 공격에서도 뛰어난 오버래핑 능력을 뽐내며 슈틸리케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6경기 모두 풀타임을 뛴 선수가 김진수였다. 김진수가 없었다면 27년만의 아시안컵 결승 진출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영표의 은퇴 이후 대표팀의 최대 숙제였던 왼쪽 측면수비수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했다. 그동안 여러 선수의 이름이 거론됐던 ‘제2의 이영표’는 이제 김진수로 정리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끝에 1-2로 석패했다.

120분 내내 투지를 불살랐던 한국에게 가장 아쉬움이 남았던 장면은 연장 전반 15분이었다. 190cm의 호주 장신 공격수 토미 유리치가 공을 잡고 왼쪽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김진수는 자신보다 14cm나 큰 유리치와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공을 사이에 두고 김진수와 유리치의 대치상황은 10초 가량 이어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김진수는 유리치의 힘에 밀렸고 공은 뒷쪽으로 빠졌다. 결과적으로 김진수가 유리치를 막지 못하면서 호주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

그렇다면 결승골 실점 장면이 오로지 김진수의 책임일까. 아니다. 김진수는 최대한 유리치와 맞서면서 시간을 지연했다. 수비수로서 물론 공을 빼앗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최선의 역할을 한 것이다,

문제는 동료들이었다. 김진수가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주변에 있던 동료가 압박해 공을 뺏었어야 했다. 하지만 주변에 선수가 없었다. 뒤늦게 손흥민이 왔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유리치에게 돌파를 허용했을때 수비수들은 다른 선수들의 쇄도를 막았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수비는 순간적으로 넋을 놓고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맞았다. 유리치의 크로스를 골키퍼 김진현이 손으로 쳐냈지만 이 공을 제임스 트로이시가 슈팅으로 연결해 결승골이 됐다.

결승골 실점 후 김진수는 아쉬움에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누구보다 투지를 불살랐기에 실점이 더 안타까웠다. 하지만 누구도 김진수를 탓할 수 없었다. 결승골은 모두의 잘못이었고 결과적으로 가장 뼈아픈 장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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