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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공하려면 공처가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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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세계적인 부자는 대부분 사업가나 투자가다. 월급쟁이로 세계적인 부자에 오른 사람은 찾기 힘들다. 사업가나 투자가는 리스크가 큰 대신 성공하면 수익이 엄청나다. 반면 월급쟁이는 해고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다만 정해진 급여와 약간의 성과급으로 크게 부자가 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오너를 잘 보좌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둔 월급쟁이도 적지 않다. 사업가보다는 월급쟁이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대다수 사람에겐 사업가의 성공 방정식보다 월급쟁이의 성공 방정식이 더 적합하다. 공무원도 가장 높게는 대통령, 그보다 낮게는 부처 장관이나 도지사 혹은 시장 등의 밑에서 일한다는 점에서 월급쟁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월급쟁이의 성공 방정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신동준의 ‘후흑학’이란 책에서 힌트를 얻자면 공처가 마인드다. 이 책은 원래 청나라 말기 시대 이종오란 인물이 저술했는데 신동준은 이 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국내에 소개했다. 일단 후흑은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다는 의미다. 얼굴을 두껍게 하고 심중은 감춰야 어려운 시대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동준은 이를 “마케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난세의 군주는 결코 통상적인 도덕률에 얽매여서는 안 되고 반드시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용맹‘을 기본 덕목으로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 것과 취지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후흑의 전술 가운데 하나가 공(貢)이다. 공은 바치다, 이바지하다란 뜻을 갖고 있다. ‘후흑학’이란 책에는 ‘권세에 빌붙는다’는 뜻이라고 소개돼 있다. “용의 비늘을 휘어잡고 봉황의 날개에 붙었다는 뜻으로 훌륭한 사람에 붙어 출세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공(貢)은 2인자의 리더십인 신하의 도를 말하고 신하의 도에서 핵심은 공처가 마인드다.

가족에서 보면 군도는 아버지의 도, 신도는 어머니의 도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집안에서 군도를 휘둘러야 밖에서도 성공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후흑학’에서는 “편모 밑에서는 훌륭한 장상이 많이 나왔지만 편부 밑에서는 그런 경우가 매우 희귀”하다며 공처가 철학은 왕을 움직여 자신의 계책을 관철시키는 신하의 도라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고구려를 공격했던 수문제는 대표적인 공처가였다. 황후가 두려워 산속에 들어가 이틀 동안이나 숨어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당태종을 보필했던 명신 방현령도 공처가로 꼽힌다. 방현령은 아내의 박해가 심해 당태종에게 아내를 제압해달라고 하소연했으나 당태종은 방현령의 아내를 만나 몇 마디 나눠본 뒤 ”경의 부인은 보기만 해도 무서우니 이후 그녀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공처가는 유약한 남자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어떻게 공처가가 되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일까. 첫째, 아내의 말을 잘 듣는 훈련이 되어 밖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을 알게 된다. 이종오는 “부인을 두려워하는 정도에 따라 관직이 정비례한다”고 지적했다. “매사에 아내를 윽박지르는 못난 남편은 독선에 빠져 신하들의 간언을 무시하는 암군과 닮았다”는 것이다.

둘째,엄한 부인 밑에서 혹독하게 살다 보니 웬만한 상황에서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을 정도의 담력이 키워진다. 이종오는 공처가들이 “엄처시하에서 호된 훈련을 받고 태산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자세를 길렀다”고 해석했다.

셋째, 공처가 마인드로 2인자 리더십을 익혀야 뛰어난 1인자 리더십을 구사할 수 있다. 1인자는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인공이다. 2인자는 1인자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무대 뒤에서 동분서주하는 무대감독이다. 1인자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올바른 조언을 하고 제대로 보좌를 해줘야 좋은 2인자다. 이런 2인자여야 일단 1인자에게 발탁되어 언젠가 1인자 자리에도 앉을 수 있다. 또 2인자로서 바른 판단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 판단을 1인자에게 잘 설득하는 능력을 익히면 1인자가 되어서도 좋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집에서 큰소리 치고 가족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치고 밖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공한 사람을 잘 관찰해보면 공처가까지는 몰라도 대다수가 최소한 애처가다. 자녀양육을 포함해 집안 경영을 아내의 뜻에 모두 맡기고 자신은 바깥 일에 충실한다는 얘기다. 요즘은 맞벌이 시대라 남자만 공처가가 될 것이 아니라 여자도 남편을 두려워하는 공부가(恐夫家)가 되는 것이 좋다. 집에서 가족을 잘 모셔야 바깥에서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다.

권성희 부장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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