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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요르단, IS 요구조건 거부…‘인질 사태’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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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조종사 생존 확인 없인 교환 못해”

교환대상 카사스베-리샤위 못박아

명분·실리 노린 제안…IS, 반응 없어

아베 “고토 석방에 전력 다할 것”


“우리는 (요르단 공군 조종사인) 카사스베의 생존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인질 교환의 ‘데드라인’으로 정한 29일 일몰이 다가올 즈음 요르단 정부 대변인인 모하메드 모마니가 극도의 긴장된 얼굴로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마니가 요구한 것은 요르단 국왕인 압둘라 2세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언급한, 이슬람국가에 붙잡힌 요르단 공군 조종사 모아스 카사스베(26) 중위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이슬람국가가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요르단 정부가 카사스베와 요르단 감옥에 수감중인 여성 테러리스트 사지다 리샤위(45)를 교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뒤 “현 시점에서 카사스베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마니 대변인은 그 때문에 리샤위는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47)와의 인질 교환을 위해 터키 국경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아직 요르단 국내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지지통신>과 전화 통화에서 “현재 (고토의 생사에 관한)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하고 있지만 그의 석방을 위해 일본과 항상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르단 정부의 이번 제안은 29일 오전 공개된 이슬람국가의 협박성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당시 이슬람국가는 고토로 추정되는 인물의 음성을 통해 “29일 목요일 일몰까지 터키 국경에서 사지다 리샤위와 내(고토) 목숨을 교환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요르단군 조종사 카사스베는 즉시 살해당할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요르단 정부는 교환 대상은 ‘고토와 리샤위’가 아닌 ‘카사스베와 리샤위’이며, 이 교환을 원할 경우엔 카사스베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이슬람국가가 먼저 내놓으라고 역제안을 던지는 길을 택했다.

이는 이슬람국가와 어려운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요르단 정부가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제안으로 평가된다. 이 제안을 통해 카사스베가 최악의 상황을 맞더라도 요르단은 테러에 굴하지 않았다는 명분은 얻을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이슬람국가 소탕을 위한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게 옳은지를 둘러싸고 양분된 국내 여론도 조금씩 통합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슬람국가의 요구를 받아들여 리샤위를 석방하고도 카사스베를 구하지 못할 경우 요르단 정부는 명분과 실리를 둘 다 놓쳤다는 국내외적인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남은 것은 요르단 정부의 제안에 대한 이슬람국가 쪽의 반응이다. <엔에이치케이>(NHK), <시엔엔>(CNN) 등 외신들은 30일 오후 현재 “이슬람국가로 보이는 조직이 제시한 데드라인이 지났지만 아직 이슬람국가로부터 반응이 없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다시 한번 피 말리는 대기 상태에 돌입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0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정보 수집과 분석을 철저히 진행해 고토의 석방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미 알려진 이상의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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