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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치권, 'MB의 기억의 습작'에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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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는 물론 여권 내부 권력지형, 여야간 갈등 등 다차원적인 변수로 등장

전·현 정권과 갈등 양상 낳을지 주목

뉴스1

© News1 2015.01.29/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현 기자,김영신 기자 = 내달 2일 발간 예정인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기점으로 '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권에서 한발 비껴나 있다가 2년여만에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한 회고록으로 정치권의 중심에 서면서 'MB발 회오리'가 정치권에 불어 닥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담긴 내용이 남북관계를 포함한 외교적 문제는 물론 여권 내부와 여야간 관계에 있어 민감한 사항들이 포함돼 있어 이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당장 여야 합의로 오는 3월 개최할 예정인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청문회와 관련,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야권의 주장을 적극 반박한 모양새가 되면서 야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장의 현실, 자원외교 국조에 파장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원외교 컨트롤타워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였으며, "(자원개발은)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인데, (내가) 퇴임한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투자한 26조원 중 4조원은 이미 회수됐으며 향후 회수 예상액은 26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인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MB정부는 대부분이 탐사광구가 아닌 생산광구 지분투자 위주로 당해연도 투자 회수에 집중했는데, 10~30년 후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은 혹세무민이고, 뭘 모르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노 의원은 "우리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게 아니라 수십조의 국민혈세가 들어간 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라도 보여 달라는 것이다. MB정부는 말라버린 우물을 인수했다"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세계 금융위기 때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언급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궤변에 동의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4대강 국조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날을 세웠다.

◇여권의 균열, 전·현 정권간 갈등…박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와중에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여권 내부의 파열음을 만들어내며 균열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한 새누리당내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간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데다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한 내용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신구 정권간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세종시 수정안 부결사태와 관련,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며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날만 해도 대응을 자제했던 청와대는 이날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한 것이 정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얘기한 것은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단 오해에서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얘기를 꺼냈을 때 박 대통령이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그렇게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우리나라나 국민이나 당의 단합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MB 회고록' 출간에 대한 새누리당내 친이-친박간 온도차도 크다. 친이계는 "역사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저술"(조해진)이라고 평가한 반면, 친박계는 "퇴임한지 얼마 안 됐는데, 이렇게 빨리 회고록을 낼 필요가 있었느냐"(친박계 한 중진)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연초 남북관계의 복병으로 등장

이와 함께 남북간 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북한 등과의 비화를 공개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인 2010년 12월 북한 보위부 고위 인사가 서울을 방문한 사실 등 재임 기간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됐던 사실과 북측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사과 조건으로 쌀 50만톤을 요구한 사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단을 통해 첫 제의가 나온지 두달 뒤 북한이 100억 달러 등을 요구한 정황 등의 비화를 공개했다.

통일부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을 자제했지만, 정치권에선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상당한 상황이다.

실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그런 얘기가) 세세하게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은 언론에서도 많이 나오고 (청와대도) 우려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MB가 회고록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뭘 요구했다는 등 시시콜콜 밝힌 것은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대단히 잘못"이라며 "외교상 주요 기밀들은 국가가 수십년 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 기밀들이 당면 외교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회고록 출판 철회를 촉구했다.

이석현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은 "퇴임 2년도 안됐는데 회고록 내자고 국가기밀을 마구 누설하는 것은 숭늉을 만들자고 온 식구 밥 지을 밥솥을 태워버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gayun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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