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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은행 빚 없다고… ‘장학금’ 작년 450만원서 올 160만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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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포함한 새 산정방식에 불만 급증… 이의신청 2500건

‘부유층 제외’ 제도 개선 취지 불구 서민층 학생들 장학금 줄어

가난한 학생에게 더 많은 장학금을 주는 ‘국가장학금(1유형)’의 재산평가 산정방식이 올해부터 금융자산을 포함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대학가에 혼란이 일고 있다. 많지 않은 수입을 쪼개 꼬박꼬박 적금이나 보험금을 부은 서민층이 역차별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이 많은 부유층을 걸러내겠다는 취지지만 어설픈 제도 설계로 반발과 혼란이 초래됐다는 점에서 ‘연말정산 파문’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가에서는 ‘캠퍼스발 제2의 연말정산’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 소재 ㄱ사립대에 다니는 김모씨(25)는 올해 새 국가장학금 소득 산정기준에 따라 소득 수준이 1분위(하위 7.3~21%)에서 5분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분위에 가까울수록 장학금 지급액이 늘어나는데 김씨는 1년 새 네 단계나 순위가 밀린 것이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 공장에서 일하는 김씨 부모의 월급여는 350만원 남짓이다. 1억원도 되지 않는 22평 연립주택 한 채와 아반떼XD 차량 한 대를 갖고 있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김씨네는 은행 빚이 없다. 김씨는 “지난해 국가장학금 45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올해는 160만원 정도밖에 못 받게 됐다”며 “금융자산 외에 부채도 산정기준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우리집은 빚이 없어서 갑자기 소득분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ㄴ사립대에 재학 중인 박모씨(23)는 소득분위가 지난해 4분위에서 올해 7분위로 올랐다. 지난해나 올해나 박씨 가정은 부친이 매달 벌어오는 335만원이 소득의 전부다. 하지만 새로 바뀐 재산평가 산정방식에 따라 박씨 명의로 부모가 가입한 종신보험과 정기적금 등을 합하니 월소득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박씨는 “가족의 총수입이 연간 4000만원밖에 안되는 우리집이 소득 상위 20~30% 수준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집안에 현금을 다량 보유하고 있거나 은행 대출이 많은 가정은 실제 재산 규모에 비해 소득분위가 낮아져 작년보다 장학금 지급액이 늘어난다.

한국장학재단이 지난 20일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국가장학금 1유형) 소득분위 산정 결과를 발표한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정방식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9일 현재 장학재단에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만 25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교육부와 장학재단은 기존 국가장학금 산정방식에 “금융자산, 부채 등을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금융자산과 부채를 포함하는 새로운 산정방식을 발표했다.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금융자산이 많은 부유층을 걸러내겠다는 취지였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새로 바뀐 산정기준에 따르면 인정소득액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문제가 있다”며 “서민층이 역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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