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아베 따위가"… 또 '돌직구' 던진 하루키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讀者와의 인터넷 대화

"아베의 '여성이 빛나는 정책' 쓸데없는 간섭일 뿐… 특별히 빛나지 않아도 좋다, 공평한 기회 주는 게 우선"

"내 사무실엔 여직원뿐"

조선일보

일본의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사진)가 인터넷으로 진행 중인 독자들과의 대화에서 "'아베 따위'가 하는 말"이라는 직설적 표현을 써 가며 아베 정권을 간접 비판했다.

그의 작품을 다수 출판한 신초샤(新潮社)는 지난 15일 '무라카미씨의 거처'라는 제목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오는 31일까지 세계 독자들로부터 일어·영어로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최근 한 여성은 이 홈페이지에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는 내용을 담은 아베 정부의 '여성이 빛나는 일본' 정책을 언급하며 "나는 병 때문에 마음대로 일도 못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이도 낳지 못하고 있다. 빛나기가 참 어렵다"는 하소연을 올렸다.

하루키는 이렇게 답변했다. "제 주변의 '빛나는 여성'들은 모두 아베를 향해 '너 따위에게서 일일이 빛나라는 식의 말을 듣고 싶지 않네요'라고 합니다. 확실히 (여성들을 향해 빛나라고 하는 것은) 쓸데없는 간섭입니다. 특별히 빛나지 않아도 좋으니 여성들이 평범하게, 공평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되는 겁니다. 우리 사무실은 예전부터 전원이 여자였습니다. 남자라고 하는 존재는, 솔직히 말해 제가 하는 일에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대체로 여성들도 할 수 있고요."

하루키가 온라인을 매개로 독자와 대화하는 것은 2006년 이후 9년 만이다. 개통 나흘 만에 1만여건이 넘는 질문이 들어왔다. 답글에는 하루키 특유의 철학이 드러난다. "저도 (무라카미씨처럼) 와세다대에 들어가고 싶어요"라는 상담에는 "제가 대학을 다닐 땐 이런저런 사정으로 술 마시고, 마작만 하는 생활이었습니다. 그래도 작가가 돼 글을 쓰고 번역도 합니다. 대학이라는 델 가든지 안 가든지 (미래는)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라고 했다.

한 44세 회사원 남성은 "결혼한 지 8년이 지났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안 생기겠지요. 아이가 없는 인생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자식을 낳지 않고 아내와 함께 고양이만 키우며 살아온 작가가 단 답변은 이렇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작업의 퀄리티가 자식의 유무에 따라 좌우되지는 않습니다. 작업의 방향성이 조금 바뀔 뿐입니다.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그저 언제가 됐든 성실하게 삶의 퀄리티를 높여가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판당하는 것이 두렵다"는 한 독자에게 하루키는 이런 답글을 달았다. "비판받거나 미움받는 것은 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비판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스팅의 노래 중에도 'I am a legal alien'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나는 합법적인 이방인'이라는 뜻이죠. 그 말처럼 인간은 모두 기본적으로 고독한 존재입니다."

[오윤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