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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2억 주택대출 ‘20년간 상환’ 전환, 이자 8000만원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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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

고정금리·장기분할 전환 유도… 만기 일시상환 위험 ‘분산’ 초점

부채 총량·증가 속도 못 줄이고 LTV·DTI는 손 못대 ‘한계’도

금융위원회가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프로그램’은 이자만 갚으면서 빚은 그대로 두는 현행 변동금리 대출구조를 장기·고정금리의 분할상환 방식으로 유도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이자만 조금씩 갚고 원금 상환은 미루다 만기 때 한꺼번에 상환할 경우 가계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위험을 사전에 분산해 놓자는 취지다. 그러나 부채의 상환 구조만 조정하는 것일 뿐, 가계부채 총량이나 증가속도를 줄이진 못하는 ‘미세 조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금융위가 대폭 완화해 가계부채 급증을 초래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손대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금융위가 발표한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 대출은 대출액 전액을 분할하는 방식과, 70% 부분 분할상환 방식으로 나뉜다. 20년 만기형 전액 분할상품은 연 2.8%, 부분 분할상품은 연 2.9%의 고정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현재 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잔액 평균 금리(3.5%)보다 0.6~0.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당장 매달 갚는 돈은 많아지지만 만기까지 전 기간을 놓고 보면 이자 부담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지난해 주택을 구입하면서 은행에서 5년 만기, 3.5% 변동금리, 일시상환 조건으로 2억원을 대출받은 ㄱ씨가 매년 기간을 연장하며 20년간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갚는다고 가정해보자. ㄱ씨는 매달 58만원(2억원×3.5%÷12개월), 20년간 1억40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하고 만기에 2억원을 한번에 갚아야 한다. 금리가 오른다면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난다.

하지만 ㄱ씨가 이번에 새로 나올 20년 만기, 2.8%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탄다면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9만원(원금 2억원÷240개월, 이자 2억원×2.8%÷12개월)을 내야 한다. 매달 나가는 돈은 늘어나지만 20년 대출기간의 총 이자부담은 6000만원으로 떨어진다. 고정금리이므로 금리가 올라도 추가 부담이 없다.

이 상품은 소득공제 대상에도 포함돼 20년 동안 약 1000만원의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단 소득공제는 무주택자이거나 일시적 2주택자이면서 담보주택이 기준시가 4억원 이하인 경우에 적용된다. 또 대출을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할 때 최대 300만원의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된다. 즉 대출구조를 바꿀 경우 이자부담액은 물론 중도상환수수료와 소득세 절감까지 ‘3중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가계부채 총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대출구조를 개선해 대출자의 금리인상 리스크와 만기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 상품은 신규 대출자가 아닌 기존 대출자가 갈아타는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또 기존 대출자 중에서도 상품 출시시점을 기준으로 1년 전 대출받은 사람부터 적용 대상이 된다. 출시 이후에 대출을 받는다면 1년이 경과한 뒤 갈아탈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금융위는 올해 20조원 한도로 대출 전환을 추진한 뒤, 필요하면 현재 2조원인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 한도를 높여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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