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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외환은행, 론스타 손해배상금 절반 430억 물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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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외환카드 주가조작 책임 분담

국제중재재판소 판정 수용

이사회 의결도 없이 서둘러 지급

‘외환은 무죄’ 대법원 판결과 어긋나

론스타대책위 “진상규명 나설 것”


외환은행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론스타가 이미 지급한 손해배상금의 절반인 430억원을 이달 초 론스타에 물어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던 외환은행이 유죄를 선고받은 론스타에 피해액을 배상한 셈이 돼 논란이 예상된다.

외환은행의 사정에 밝은 금융·정치권 관계자들은 29일 <한겨레>에 외환은행이 지난해 말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 판정을 수용해 이달 초 론스타에 430억원(배상금 50%+소송 비용+연 5% 이자)을 지급했다고 전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것은 론스타지만, 외환은행도 당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주식 매수를 결의하는 등 불법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다 (주가조작에 따른) 저가 매수의 이익도 얻었으니, 손해배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2003년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신용카드를 외환은행에 합병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합병 조건을 만들기 위해 외환카드에 대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론스타는 올림푸스캐피탈(당시 외환카드의 2대 주주) 등에 2012년 손해배상금으로 718억원을 단독으로 지급했으나, 몇 달 뒤 외환은행도 배상금을 분담해야 한다며 싱가포르 중재재판소로 사건을 끌고 가 이러한 판정을 받아냈다.

이번 판정은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을, 론스타와 론스타가 파견한 외환은행 이사(전체 9명 중 5명)들이 저지른 사건으로 보고 론스타에는 유죄를, 외환은행에는 무죄를 선고한 2012년 대법원 판결과 어긋난다.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중재 판정을 실제로 집행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국내에서 시비(중재판정 취소 소송)를 가려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외환은행은 이런 조처를 취하는 대신 판정문이 송달된 지 일주일여 만에 이사회 의결 없이 론스타에 배상금을 지급했다.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의 김하나 변호사는 “외환은행에 손해를 끼친 론스타 파견 이사 5명에 대한 구상금 청구 소송이나 (론스타가 이후 제기할) 집행 판결 소송 등을 거쳐 배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은데, 굳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배상금을 이렇게 시급하게 지급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성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은 이에 대해 “법무팀으로부터 중재 판정에 관한 사안을 보고받았지만, (배상금 지급 여부는) 이사회 의결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이처럼 발빠르게 배상금을 지급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주가조작 사건 소송이 진행되던 2010~2011년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간에 외환은행 매각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해,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에 이면계약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외환은행 쪽은 “비밀 유지 조항이 있어 중재에 관련된 사항을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하나금융지주 쪽은 “주가조작 소송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간의 문제로, 이면 계약이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득의 론스타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면밀한 법률적 검토 없이 성급한 배상금 집행을 통해 외환은행에 손해를 입힌 외환은행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하는 한편, 이번 결정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철저히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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