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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현용의 스포일러] 호날두와 동급? '폭풍 질주' 차두리, 얼마나 빨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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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네이터' 차두리(34·FC서울)의 '폭풍 질주'가 연신 화제다. 슈틸리케호 최고령 선수지만 경기당 한 번꼴로 믿어지지 않는 질주를 보이며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와 경기에서 달리기 시작한 차두리는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상대 오른쪽을 무너뜨리는 놀라운 드리블을 보였다. 준결승 상대 이라크도 차두리의 진격에 혼쭐이 났다.

국내외 언론은 모두 '두리 앓이'에 빠졌다. 배성재(36) SBS 아나운서는 "저런 선수가 왜 월드컵 땐 해설을 하고 있었을까요?"라며 감탄했다. 스코틀랜드 '더 스코츠맨'은 '차두리가 시간을 되돌리는 듯 빠른 스피드로 측면을 질주했다. 그를 다시 부르고 싶지 않은가?'라며 그리워했다. 스페인 '마르카'와 브라질 공영 방송 '글로부' 역시 환상적인 드리블을 보인 차두리의 맹활약을 보도했다. 한국 선수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일본 누리꾼들 역시 "차두리의 드리블은 마치 전차의 진격을 보는 것 같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은퇴를 앞둔 '공보다 빠른 사나이'의 스피드가 얼마나 대단할까. 단순한 느낌을 넘어서 정확한 차두리의 순간 스피드를 측정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질주 거리가 알고 싶어 대한축구협회에 문의를 했더니 공식적인 측정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가 직접 자와 초시계를 들고 측정에 나섰다. 직선, 대각선을 가리지 않고 질주한 차두리 덕분에 고등학교 때 배운 피타고라스 정리를 떠올리며 열심히 머리를 싸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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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미소 뒤에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철 체력이 숨겨져 있다. / 최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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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주의 시작' 쿠웨이트전 - 29.3m를 3.6초에! 시속 28.3km

차두리의 질주는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전부터 시작됐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36분 차두리는 오른쪽에서 공을 잡아 달렸다. 순식간에 수비수 한 명이 멀어졌다. 차두리는 수비수를 따돌린 뒤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남태희가 헤딩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차두리가 질주한 거리는 29.3m, 달린 시간은 3.6초였다. 시속 28.3km를 기록했다.

◆ 로봇이야 사람이야? 우즈베키스탄전 - 68.7m를 7.9초에! 시속 31.31km

차두리의 진가가 나타난 경기였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에서 후반 25분 김창수 대신 교체 투입된 차두리는 연장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오른쪽을 든든하게 지켰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연장 후반 14분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차두리는 입이 '떡' 벌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중앙선에서 11m 떨어진 곳에서 공을 잡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새 수비수 2명을 허수아비로 만들었고 문전에 있는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손흥민은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차두리는 무려 68.7m를 내달렸다. 연장 후반 막판 체력이 떨어진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차두리를 막을 수 없었다. 차두리가 오른쪽을 무력화시키는 데 7.9초면 충분했다. 시속 31.31km였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이영표(37) KBS 해설위원은 "이 골은 차두리에게 90% 지분이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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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의 마지막 축구 여행이 해피 엔딩으로 끝나길 바란다. /차두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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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도 예외는 없다 - 43.6m를 4.8초에! 시속 32.70km

차두리의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준결승 이라크와 경기에서도 차두리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냈다. 2-0으로 앞선 후반 35분 수비 진영에서 패스를 받은 차두리는 오른쪽 라인을 따라 43.6m를 내달렸다. 수비수가 최선을 다해 따라붙었지만 차두리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수비수는 오른팔로 차두리를 슬쩍 밀었다. 반칙이 선언되진 않았지만 차두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면한 장면이었다. 차두리가 43.6m를 주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4.8초로 시속 32.70km였다. 3경기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였다.

◆ 얼마나 빠른가?

지난해 6월 외신들은 네덜란드의 아르옌 로번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구 선수가 됐다고 보도했다. 로번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스페인전에서 세르히오 라모스를 제치고 팀의 다섯 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 순간 시속 37.0km로 달렸다. 우사인 볼트의 100m 세계신기록(9.58초·시속 37.58km)에 가까운 수치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해 4월 가장 빠른 축구 선수 '톱10'을 발표했다. 공인 대회를 기준으로 측정한 순간 스피드 순위였다. 차두리의 속도를 대입한다면 공동 5위다. 시오 월컷과 같은 순위다. 당시 발표에선 안토니오 발렌시아(시속 35.2km), 가레스 베일(시속 34.7km), 아론 레논(시속 33.8km),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시속 33.6km), 월컷(시속 32.7km), 리오넬 메시(시속 32.5.km), 웨인 루니(31.2km), 프랭크 리베리(시속 30.7km), 로벤(시속 30.4km), 알렉시스 산체스(시속 30.1km) 등이 이름을 올렸다.

차두리의 순위와 속도 모두 놀랍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은퇴를 앞둔 선수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스피드는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기 마련이다. 전성기를 지나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는 차두리다. FIFA가 발표한 스피드 '톱10' 안에서 가장 노령인 선수는 리베리다. 차두리보다 세 살이 어리다. 우리가 차두리의 질주에 더 열광하는 이유기도하다. 차두리는 태극전사로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의 마지막 A매치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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