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현장+]현실성없는 靑 폭파 협박, 테러범 취급 합당한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정신질환 병력 확인, 아버지는 이미 사표… 지나친 대처 지적]

머니투데이

청와대 폭파 협박 용의자 강 모씨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해 경기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된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의 전 보좌관인 아버지 강창욱씨가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강모 씨는 지난 17일 오전 6시께 SNS에 '대통령 자택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자택을 폭파하겠다'는 글을 올린데 이어 25일 오전 2시39분부터 5차례에 걸쳐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건 혐의를 받고 있다. 2015.1.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찰이 지난 28일 청와대 폭파 협박 피의자 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 씨가 부모도 모르게 해외 여행을 떠난 점,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는 등 재범 우려가 있는 점과 대통령을 상대로 협박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게 구속까지 할 일이냐는 지적도 많다.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누가 봐도 폭파 협박의 현실성이 없다. 아버지는 이미 그 일로 사표를 쓰고 프랑스까지 가서 아들을 데려왔다. 어찌보면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할 대상인 '약자'를 이렇게까지 엄중하게 다뤄야 하는 걸까.

지난 27일 오후 4시20분 인천공항. 검은색 후드 점퍼와 목도리 차림에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고개를 떨군 한 남성이 입국장 B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공항에서 체포돼 경기경찰청으로 압송됐다. 마치 테러범을 잡은듯한 모습을 연상케했다. 힘 없이 축 늘어진 양 팔과 허리까지 머리를 숙인 그의 모습만 놓고보면 살인범, 강간범, 유괴범, 강도 같은 중범죄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바로 20살이 갓 넘은 청와대 폭파 협박범인 강상욱 국회의장 전 보좌관의 아들이었다. 사흘 전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장본인이다. 각종 매체들은 청와대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보다 그런 아들을 둔 아버지가 국회의장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충격적'이라는 표현으로 온갖 기사를 쏟아냈다.

청와대 폭파협박범 아버지가 국회의장 전 보좌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마치 무슨 음모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청와대 폭파 협박범의 아버지가 지금의 정의화 국회의장 아들이라는 '오보' 기사까지 나왔다. 온나라가 그에게 집중하면서 온라인 실시간 검색에 이번 사건이 오르내렸다.

네티즌의 관심도 폭발했다. "아버지 얼굴에 먹칠하네", "세상에 테러라니" "청와대 폭파 충격이다" "콩밥 먹어봐야"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강 전 보좌관 아들의 정신건강이 온전치 못하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사건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강 전 보좌관 아들은 2년 전 육군으로 자원입대한 후 군 적응장애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공익근무요원으로 작년 10월 말에 힘겹게 군복무를 마쳤다. 정신과 병력도 있다.

강 전 보좌관은 지난 27일 카메라 앞에서 울먹이며 허리숙여 사과하면서, "아들아, 사랑한데이."라고 말해버렸다. '성치 못한' 아들에 대한 억눌렀던 부정을 끝까지 억제하지는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청와대 폭파 협박범을 체포해서 공항서 압송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황당스토리를 마치 테러범 잡은냥 하는 우리 언론도 좀 센세이셔널리즘에 급급하기 이제 좀 그만합시다"라고 썼다.

이번 사건은 이미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아버지가 더 큰 사랑으로 아들을 가슴에 품겠지만 온전치 않은 22살 청년이 극복하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가 거론됐다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엄중한 잣대를 갖다되는 건 아닌지, 또 과거 '유신' 때나 있었을 법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편 강 전 보좌관이 제출한 사표는 수리됐다. 강 전 보좌관은 앞서 "아이가 아프다. 아이를 더 잘 돌보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