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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재파일] 총리 후보자가 차남 병역면제에 대처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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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높이 맞추겠다"던 약속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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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총리 지명 후 첫 출근인 지난 24일 "모든 사안을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하겠다. 국민과 함께 뒹굴고 함께 웃고 우는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민심의 최전선인 집권 여당 원내대표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총리 후보자에 오른 이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야당 지도부를 찾아가 먼저 인사하는 등 몸을 낮춘 행보를 선보였습니다. 도지사와 3선 국회의원 출신다운 정무 감각이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다음달 9일과 10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다뤄질 주요 의혹 중 한 가지는 차남의 병역면제 건입니다. 미국 유학 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5급 면제를 받았다고 설명했는데, 이 후보자는 의혹의 시선이 계속되면 차남에 대해 공개 검증을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안을 대하는 이 후보자의 태도가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없지 않습니다. 이 후보자가 국민에 봉사하는 '국무총리 후보자'로서가 아닌 '차남의 아버지'로서 대응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자는 총리 지명 다음날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을 통해 차남의 병역면제 건 등 4가지 의혹에 대해 상세히 해명했습니다. 차남의 병역면제 과정을 분석해보면 차남이 '5급(면제)'를 받기 위해 노력한 정황은 분명해 보입니다. 차남은 2000년 8월 첫 신체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았고, 2001년 유학을 떠났습니다. 유학생 신분으로 입대를 미뤄오다, 2004년 10월 축구시합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듬해(2005년) 7월 2차 신검에서 '불안정성 대관절'로 4급 판정을 받습니다. 4급이면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남은 2차 신검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 3차 신검을 받습니다. (신체검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여기서 또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해 12월 미국에서 십자인대 재건술 등 수술을 받았고, 2006년 6월 4차 신검에서 비로소 5급 면제 판정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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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차남이 생각하기에, 당시 몸 상태로 4급 공익근무요원 복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거듭 신체검사에 응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결과만 놓고보면 5급 면제를 받기 위해 신체검사를 거듭해서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연거푸 4급 판정을 받았을 때 공익근무 복무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차남은 미국에서 유학을 무사히 마치고, 미국 법률회사의 홍콩 지점에서 연봉 2억 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렸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았기에, 이 후보자 부부가 장인 장모에게 물려받은 시가 20억 원대 땅에 대한 증여세도 납부할 수 있었습니다. 차남의 상황을 정리하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무릎 부상을 얻어 신체검사를 거듭해 받은 끝에 병역을 면제받고, 해외 로펌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부모로부터 20억 원대 땅을 물려받은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완구 후보자는 실제 아들을 공개리에 병원 검진을 받게 할 걸로 보입니다. 사생활이 보장돼야 하는 아들은 전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엑스레이를 찍고, 철심이 박힌 자신의 무릎 엑스레이 사진을 공개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런 소동을 벌여봤자, 언론에는 지난 24일 첫 해명 회견 때 내놓은 엑스레이를 다시 한 번 공개하는 수준에 머물 게 뻔합니다. 이 후보자는 차남의 병역면제에 대해 진솔한 사과나 유감 표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병역면제 과정이 합법적이었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만 매몰되다보니 자칫 '병역면제도 떳떳하다'는 취지로 읽힐 여지도 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로 생각하고 모든 판단의 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두겠다고 약속했다면, 이 후보자는 아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기 전에, 지금 국민이 어디에 실망하고 어디에 화를 내고 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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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기자 eyebro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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