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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어린이집 폭행 사건으로 '슈퍼을' 된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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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꾸지람에 '경찰 신고'까지…뒷짐지고 훈육하기도

연합뉴스

'아동학대 예방교육'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28일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어린이집연합회가 보육 교직원 700여 명을 대상으로 마련한 아동학대 예방교육 행사장에서 연합회 관계자들이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어린이집 폭행 피해 신고가 끊이지 않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부가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인터넷의 각종 '엄마 커뮤니티'에서는 후속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면서 전국의 어린이집들이 감시 대상에 놓이는 '슈퍼 을(乙)'의 위치로 전락하게 된 셈이다.

일부 학부모는 여론을 등에 업고 어린이집을 상대로 억측을 펴고 심한 경우에는 작은 꾸지람에도 경찰 신고까지 하는 일이 벌어진다.

지난 21일 전북 전주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끼리 다툼으로 여섯살배기 원생의 고막이 터지는 일이 일어났다.

피해 원생인 A군의 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의 귀가 이상하자 병원에서 이를 확인했고, 외부 충격에 의해 고막이 터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린이집에 확인한 결과 A군은 이날 낮잠 시간에 같은 반 친구인 B군에게 귀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의 어머니는 "원래 아이 중이염이 심해서 조그마한 충격에도 고막이 터질 수 있고, 세게 때린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B군 부모님께도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달라"며 오히려 B군 가족을 걱정해줬다.

하지만 B군의 보호자인 할아버지와 가족들은 어린이집 담임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B군의 가족들은 "어린이집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육교사가 B군을 심하게 꾸짖고 폭행까지 했다"며 아이가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보육교사는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들이 있는 곳에서 B군에게 자초지종을 물은 것이지 꾸짖거나 아이를 때리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어린이집과 B군 가족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B군이 당시 꾸지람을 들었다는 방의 문이 열려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보육 교사에게 폭행이 없었다는 참고인 진술도 받았다.

또 "아이가 숨을 못 쉴 정도로 세게 배를 맞았다"는 B군 가족의 진술을 토대로 아이의 몸을 확인했지만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B군 가족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28일 아이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피해자 진술을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특별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 피해 아동도 조사했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진술을 하지 않아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어린이집 교사도 거짓말 탐지기 등 모든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수사를 해 결론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는 "요즘 여론이 좋지 않아서 오해를 받게 될까 걱정"이라며 "진실이 밝혀지도록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잇따른 사건·사고로 어린이집과 학부모 간에 불신이 팽배해지자 보육 일선에서는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익산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최근 아이 하나가 친구와 부딪혀 이가 흔들리는 일이 있었는데 사고를 은폐하는 것이 아니냐며 보호자가 찾아와 CCTV를 확인하고 나서야 돌아갔다"며 "CCTV 등 증거가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만약 증거가 없는 경우는 죄인 취급을 당하게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보육교사는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요즘에는 훈육할 때 CCTV가 있는 곳을 찾아가 아이에게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뒷짐을 지고 아이를 타이르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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