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韓 축구, 218일전엔 엿세례...이젠 `박수갈채`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지난해 6월 27일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벨기에전을 끝으로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짐을 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같은 달 30일 오전 4시 4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에게 돌아온 것은 엿세례였다. 공항에 있던 축구팬들은 브라질 월드컵 1무 2패라는 성적보다 ‘인맥 축구’에 더 분노했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자진사퇴했지만 사실상 여론에 의해 경질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은 졸지에 한국 축구 몰락의 장본인으로 전락했다.

불과 218일 만에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사실 아시안컵 성적은 크게 기대할 수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5일 선임됐다.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4개월 남짓이다. 어떠한 명장도 4개월 만에 한 나라 축구를 이렇게 바꾸어 놓기는 어렵다.

홍명보호와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바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과정에 있었다. 선수 선발부터 달랐다. 일례로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29·알샤밥)이라는 이름값 대신 무명의 이정협(23·상주상무)을 택했다. 아시안컵이 진행되면서 이정협은 ‘숨은 원석’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2골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득점왕까지 노리고 있다.

이데일리

대표팀 운영과정이 투명하니 호성적은 덤으로 따라왔다. 외신도 대표팀의 변화에 주목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브라질 월드컵부터 아시안컵까지 한국 축구 영욕의 세월을 조명했다.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짧은 시간에 극복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호주 현지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전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더 에이지’의 스포츠 선임 기자는 손흥민(22·레버쿠젠)과 기성용, (26·스완지시티), 이정협을 경계해야 할 선수들로 꼽았다.

그는 “레버쿠젠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손흥민은 8강전에서 두 차례 골망을 갈랐다”면서 기술과 순발력도 갖추고 있다고 적었다. 아울러 손흥민을 한국 대표팀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간주했다. 이어 “대표팀 주장이자 스완지시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며 기성용의 약력을 소개했다. 그는 기성용의 안정된 볼터치 능력을 칭찬하며 한국의 공격에 시발점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협을 소개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기자는 이정협을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스트라이커”라고 표현했다. 군 복무 중 깜짝 발탁된 이정협은 호주, 이라크전에서 각각 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도왔다고 덧붙였다.

결승 상대 호주는 한국 대표팀의 면면을 세밀하게 분석 중이다. 호주가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호주 언론에서 각별히 경계하고 있는 만큼 대표팀도 전력도 강하다. 우승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행보다. 218일 전 우리네 상황은 정말 암담했다. 단순히 대표팀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적나라하게 공론화됐던 당시였다.

리더 교체 하나만으로도 팀 성적과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됐다. 아시안컵 우승? 물론 하면 좋다. 그러나 설사 지더라도 대표팀은 잘 싸웠고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포털 스타in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