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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TF현장] 어린이집 선택 조건, "여기 CCTV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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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제일 반가운 시간' 퇴근길, 엄마들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고 있다. /서울 금천구=김민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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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가, 아니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 원생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내려치는 동영상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발생한 지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에 분노한다. 그 뿐만 아니다. 전국의 엄마들이 들고 일어났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 우리 아이 어린이집에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달라'는 것.

당정은 이런 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만 인가하고 부모가 요구하면 CCTV를 보여주도록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CCTV가 아이들을 일부 교사의 구타와 폭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이같은 대책이 교사와 부모간의 신뢰를 없앤다고 말하고 있다. CCTV 설치가 폭행 수법을 더 교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그리고 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사건이후 어린이집의 분위기는 어떨까. <더팩트>는 이날 오후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어린이집 여러 곳을 찾아 CCTV 설치에 대한 부모와 교사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CCTV 설치, 좋은 교사 '위축'시키고, 나쁜 교사 더 '악랄'하게 만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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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 선생님이 '엄마 오셨네'라고 부르자 까르르 웃으며 저멀리 달아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김민수 인턴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어린이집. 귀여운 그림이 보이고 곳곳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최근 어린이집 논란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인천 어린이집 사건 이후 달라진 게 있을까.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CCTV 설치 의무화 그리고 최근 부모들이 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지를 물었다.

보육교사 박 모(33)씨는 CCTV라는 단어를 꺼내자 다짜고짜 "진짜 일하기 힘들어졌어요"라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저번에 어머님이 오셔서 아이를 하원시키는데 제 앞에서 '선생님이 혹시 때리진 않았니'라고 물어보시더군요. 정말 그 때 제 기분은 상상도 못하실 거에요. 교사로서 참 회의감이 많이 들었죠"라며 착잡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벌을 줄 수도 있는 건데, 이제는 무서워서 아이들과 전처럼 접촉하기 꺼려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앞으로 어린이집 내에서 일거수일투족을 CCTV로 감시당한다고 생각하니 힘이 쭉 빠지는 모양이다.

경기도 부천의 모 어린이집에 3살된 딸을 맡기고 있는 김 모(28)씨도 "나는 아이를 보내는 입장이지만, CCTV 설치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또 "솔직히 교사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화장실이나 원내에 사각지대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오히려 (CCTV가) 폭행 수준을 더 교묘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CCTV 설치가 가져다 줄 긍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도 적지 않다.

◆ CCTV 설치, 부모는 '안심'·교사는 '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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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어린이집이 취재를 꺼렸다. 안그래도 말이 많은 시점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서울 금천구=김민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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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한 어린이집 원장 이 모(40)씨는 "우리는 이번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있기 전에 이미 CCTV를 자체적으로 설치했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풀어놨다.

그는 "예전에 한 어머님이 아이 등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며 담당 교사를 의심한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멍이 아니라 몽고반점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교사들 보호 차원으로 CCTV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설치했다"며 교사들이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부모들도 CCTV 설치는 만약에 있을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어린이집에 아들을 보내고 있는 30대 주부 김 모 씨는 "폭행 동영상을 본 후로 내심 걱정이 되긴 했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무래도 예전보다 아이에게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들 언행에도 조금 더 눈길이 가고. 선생님들을 믿지만 사람이 보여지는 게 다는 아니니까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 김민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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