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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Fine Dining] 나만의 특별 해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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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하셨습니까? 해장하면 시원한 국물이 먼저 떠오르지요. 그런데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의외의 메뉴로 해장하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육덕진 스테이크나 고기가 들어가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느끼한 크림 파스타로 해장한다는 분, 쌀국수를 먹어야 속이 편해진다는 분, 심지어 달달한 케이크와 커피까지 해장메뉴로 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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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탕으로 속 편하게 라오베이징

얼마 전 서초동에 오픈한 ‘라오베이징’은 언뜻 보면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비싼 중식당이다. 그러나 메뉴판을 열어보면 알게 된다. 서민적인 메뉴까지 두루 아우르고 있는, 알고 보면 누구나 부담 없이 자주 드나들 수 있는 식당이란 것을! 짜장면 4500원, 단품 식사메뉴는 7000~8000원대이다 보니 한 번 다녀간 이들은 매력적인 가격과 맛에 또 들르게 된다. 그러다가 요리를 먹어보면 동네 중국집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라 놀란다. ‘올바른 음식’이란 슬로건을 걸고 식재료에 목숨을 거는 한식당 ‘소문’에서 낸 중식당이고, 주방엔 더 플라자호텔, 도원 출신의 화교 주방장이 음식을 책임지고 있으니 맛도 재료도 훌륭할 수 밖에, 그저 이런 곳이 생겼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흔히 중국집 해장하면 ‘짬뽕’을 떠올리지만 라오베이징의 해장메뉴로는 재료의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새우완자 맑은완탕’(1만3000원)을 추천한다. 탱글탱글한 새우와 맑은 완탕국물이 야채와 어우러져 시원하고 향긋하다. 자연송이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전복맑은탕’(1만8000원)은 고급스런 해장메뉴다. 깔끔한 맛으로 속이 단번에 차분해진다. 국물을 음미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잡채밥까지 주문하게 된다. 룸이 많아서 모임하기 편하고, 코키지 프리라 와인모임에도 잘 어울린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고무래로 6-6 문의 02-535-2236

영업시간 11:00~21:30, 일요일 휴무

클래식한 해장 단골 메뉴 하노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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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는 많은 이들이 꼽는 클래식한 해장메뉴다. 얼마 전 꽤 믿을 만한 미식가 지인이 ‘이 집의 쌀국수를 먹은 뒤로 내가 지금까지 먹어 온 것은 쌀국수가 아니었다’라고 규정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찾아갔다. 주인이 베트남 곳곳을 여행하며 모은 소품과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아담하게 꾸민 카페 같은 분위기의 작은 식당, 베트남 전역을 돌며 쌀국수를 배우고 돌아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48시간 이상 사골을 넣고 고아 깊은 맛을 낸 육수가 맛의 비법이자 해장의 키다. 과연 국물 맛은 깊고 진했다. 국물과 고수는 청하면 얼마든지 또 내준다. 이 집은 원래 새콤달콤한 소스에 면과 고기, 채소를 담궜다가 먹는 하노이식 국수메뉴 ‘분짜’가 유명하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7길 19-24 스페이스빌딩

문의 02-3144-7495

영업시간 11:30~22:00(15:30~17:00 브레이크타임) 화요일 휴무

라멘 달인의 현지 맛 구루메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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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으로는 단연 ‘라멘’이라고 주장하는 지인이 영동시장 골목에 위치한 ‘구루메키친’을 추천해 주었다. 세 가지 라멘과 네 가지 돈부리가 있는 간단한 메뉴판, 그러나 일본에서 사케소믈리에 인증까지 받은 셰프의 현지 냄새 풀풀 나는 작은 식당은 내공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과연, 아름다운 비주얼의 ‘알밥’부터 촉촉하고 부드러운 ‘고로케’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맛, 그러나 오늘의 승부사는 구마모토식 돈코츠라멘(7000원)이다. 돼지사골육수, 기름에 튀겨낸 마늘에서 감칠맛과 구수한 향이 솟아난다. 면도 쫄깃쫄깃 국물은 걸쭉하니 일품이다. 건너편엔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스시전문점, ‘구루메스시’가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4길 20 명진빌딩

문의 02-3446-0709

영업시간 11:30~15:00, 17:00~23:00

간을 달래주는 영동올뱅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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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주택가에 숨어 있는 20년 역사의 오래된 식당이다. 충북 영동이 고향인 아버지가 식당을 열어 아들이 이어가고 있는 ‘영동올뱅이집’은 푹 끓인 된장국에 시래기, 시금치가 들어간 올뱅이국밥(7000원)으로 해장메뉴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맑은 물에서만 잡힌다는 ‘올뱅이(다슬기의 현지어)’로 수제비, 덮밥, 전, 전골, 무침, 칼국수까지 낸다. 매일 김치를 담고 된장도 직접 담근 것만 사용한다. 구수한 된장이 국물을 시원하게 해 주는 비결이다. 올뱅이는 사람의 간 조직과 비슷해 간 보호와 피로회복, 숙취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충청도식 올뱅이국은 된장을 넣어 구수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개포로 24길 13

문의 02-572-3731

영업시간 09:30~21:30, 일요일 휴무

햄버거 해장은 버거 그루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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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사람들만 햄버거로 해장하는 게 아니다. 50줄 토종 한국 아저씨도 해장으로 햄버거를 먹든다고 해서 충격 많이 받았다. 이 집은 20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 온 주인장이자 셰프가 운영하는 수제 버거 레스토랑이다. 텍사스에서 실제로 몇 년간 버거집을 운영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감이 상승한다. 버거 번을 매장에서 매일 구워내고 있는데, ‘브리오슈’(눈사람 모양의 단 빵)라 빵만 먹어도 부드럽고 고소하고 달달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 속을 좋은 재료로 꽉 채웠으니 맛있는 건 당연하겠다. 호주산 와규를 그릴에 구워 만든 패티는 향도 맛도 진하다. 버거는 기본 사이즈 외에 요즘 유행하는 미니 사이즈도 있어 입 크게 벌리기 민망한 여인들에게 대환영 받고 있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동광로 39길 79

문의 02-537-1089

영업시간 11:00~22:00, 연중무휴, 설추석 당일 휴무

엄마표 고깃국 봉쥬르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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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진출하는 그날까지 착한 재료의 ‘엄마표 음식’으로 승부하겠다는 식당이다. 연희동 골목의 작은 곰국집인데 아저씨들 대신 엄마 맛이 그리운 젊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유명해졌다. 24시간 뼈를 고아내 만든 국물의 뽀얀봉밥탕(설렁탕)과 고기국물의 맑은봉밥탕(곰탕)중 기호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얼큰한 것을 좋아하면 빨간봉밥탕도 있다. 맑은봉밥탕은 한우양지와 사태를 삶아 낸 육수에 고기가 듬뿍 들어갔다. 고기는 건져 소스에 찍어 양파를 올려 같이 먹으면 맛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끓여준 딱 그 고깃국 맛, 샐러드와 연두부, 오징어 젓갈 등의 반찬이 정갈하게 서빙된다. 빨간봉밥탕은 사골, 고기육수에 대파, 버섯, 당면이 추가된다. 최상급 한우만 쓴다. 종가댁 며느리가 집에서 먹던 음식 그대로 냈고, 아버지와 두 딸이 힘을 합쳐 운영하는 가족식당이라 믿음이 가는 집이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11가길 53

문의 02-337-9850

영업시간 11:00~15:00, 17:00~22:00 월요일 휴무

착한 돈가스 명동왕돈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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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카레로 해장하는 이들이 많다. 카레에 들어있는 소화(해장은 소화다) 성분 때문일까? 카레도 좋고 든든한 돈가스도 당길 때, ‘카레돈까스 오므라이스’를 시키면 밥, 카레, 돈가스까지 한 번에 다 맛볼 수 있어 일석삼조. ‘돈까스를 먹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신 분들은 그냥 들어오십시오.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란 따뜻한 문구의 배너가 입구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무작정 들어가게 된 것이 이 집과의 첫 인연이었다. 주문한지 5분도 채 안되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돈가스가 눈앞에 착! 우리가 돈가스에서 기대할 수 있는 두툼하고 바삭하고, 적당히 부드러운 식감, 딱 그 맛이다. 프랜차이즈라고 얕보지 말자. 홍대 번화가가 아닌 동교동 조용한 주택가에 있지만 소문이 자자한 의외의 맛집이더라, 밥도 소스도 미소국도 얼마든지 리필해 주는 착한 집이다. 속 아플 때 들러보자.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5길 15

문의 02-333-2040

영업시간 11:30~21:30

속을 따뜻하게 하는 떡볶음 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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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이 집은 2차나 3차로, 주로 술 깨고 싶을 때 갔었다. 와인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 잔 안 마시고 해장한답시고 주문해 뚝딱 다 먹어 치우던 그 마성의 메뉴, 떡볶음 때문이다. 양재천에 위치한 무드 있는 레스토랑, 더빈의 떡볶음은 술 깨고 싶을 때도, 와인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싶을 때도 언제나 주문하는 지인들의 단골 메뉴다. 고소하고 쫄깃하고 푸짐한 떡이 위장을 든든하게 데워준다. 홍합, 조개, 새우, 오징어, 쭈꾸미, 홍합 등 신선한 해물을 넣은 해물떡볶음은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간장으로 양념한 궁중떡볶음은 떡볶이의 고급스런 최상위버전이다. 왜 나는 이 집이 술 깨고 싶을 때만 생각이 나는지. 이건 다 떡볶음 때문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양재천로 195

문의 02-529-8777

영업시간 11:00~02:00 연중무휴

기사님들이 보증한 장모님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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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 ‘장모님해장국’ 앞엔 언제나 택시들이 두 세 대는 기본으로 서있다. 이것은 좋은 사인! 설렁탕과 해장국이 주 메뉴인데 폭탄주 마신 다음날은 우거지가 많이 들어간 이 집의 ‘해장국’이 생각난다. 사골을 푹 고아 국물을 내고 선지와 양, 우거지를 넣어 24시간 가마솥에서 끓여냈다. 진하면서도 개운한 맛이다. 아침 6시부터 문을 여니 365일 언제나 생각나면 가도 좋다. 맛있는 집은 반찬만 봐도 각이 나온다. 큼큼한 파김치는 무조건 옳다. 김치 직접 담그는 것은 말해야 무엇하리. 기사님들이 좋아하는 식당이지만 도시 여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맛, 한식 다이닝바처럼 주택을 개조한 식당 분위기도 나름 그윽하다. 연인들도 구기동 부근 드라이브 하다가 한 번 들러보길. 단골되실 거예요.

주소 서울시 종로구 진흥로 421 문의 02-379-4294

영업시간 06:00~22:00 연중무휴

활기찬 이탈리안 비스트로 몽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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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네는 활기찬 이탈리안 밥집이다. 워낙 이 바닥, 오랜 경험의 선수급 오너가 있어 믿고 가는 집인데 맛은 둘째치고 작은 연희동 골목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는 이 곳의 활기 있는 온도가 너무 좋다. 몽고네엔 나폴리에서 온 해장파스타가 있다. 주인장의 설명에 의하면, 나폴리 뱃사람들이 럼주를 마신 후 속풀이로 먹는 파스타라고 한다. Pomodoro e Nero D’alive alla Napoletana(베수 토마토 소스, 체리토마토, 샬롯, 블랙올리브, 매콤한 페퍼론치노와 파슬리를 곁들인 스파게티 파스타)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의 진짜 해장요리인 셈이다. 자작한 토마토 소스에 매콤한 고추냄새와 올리브향이 우아하게 퍼진다. 이 동네 술꾼들이라면 주인장 추천에 한 번씩은 다 먹어봤다는 바로 그 파스타! 이탈리안들도 역시 해장엔 매콤한 것을 찾는군!!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11가 길 53 문의 070-8623-0680

영업시간 12:00~23:30 일요일 휴무

해장 리조또 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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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리단 터줏대감, 예환에는 오래된 단골들이 꼽는 해장 메뉴가 있다. 바로 걸쭉하고 매콤한 소스 맛이 일품인 새우 리조또다. 이 집 리조또는 주문을 받는 즉시 바로 생쌀을 넣고 불 옆에 서서 20분 동안 나무주걱으로 저어서 만든다. 소스가 자작해 국물처럼 떠 먹기도 하는 예환의 리조또는 엄마가 해주는 죽 한 그릇처럼 허한 속을 달래준다. 예쁜 조개 모양의 그릇에 담겨 나와 기분도 좋아진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블랙페퍼스테이크’지만 가볍게 파스타나 리조또만 즐기려면 점심에 가면 좋다. 2인용 런치세트를 4만원, 4만9000원, 6만9000원에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5-13

문의 02-798-4752

영업시간 12:00~22:00 일 휴무/설,추석 당일 휴무

[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 ㈜어라운더월드 대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64호(15.0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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