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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중동전 참전 이스라엘軍 육성 고백 48년 만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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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댄스영화제 출품 다큐멘터리 '검열된 목소리'

연합뉴스

영화 '검열된 목소리'에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참전 직후 이스라엘 군인들과의 인터뷰를 다시 듣고 있는 작가 아모스 오즈. <<선댄스 영화제 홈페이지>>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우리는 모두 살인자가 아니었어요. 전쟁에서 모두 살인자가 되었죠."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 참전했던 이스라엘 군인들의 육성 고백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48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반전 활동가이자 이스라엘의 유명 작가 아모스 오즈가 이끌던 이스라엘의 사회주의 집단공동체 키부츠 활동가들은 6일 전쟁이 끝나고 1주일 뒤 전장에서 돌아온 병사들과의 대화를 녹음했다.

이 대화가 당시 '전사들과의 대화'라는 책으로 출판될 때 이스라엘군은 검열을 통해 대화의 일부분만 공개하는 것을 허락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의 세계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 '검열된 목소리'(Censored Voices)는 이때 삭제된 육성 녹음을 처음으로 되살린 다큐멘터리다.

영화에는 "다음에 우리를 향한 아랍의 증오는 더 심각하고 엄청난 것이 될 거야", "이 전쟁은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더 풀기 어려운 방향으로 복잡하게 만들 거야"라는 목소리가 담겼다.

영화를 만든 이스라엘의 모르 루샤이(32) 감독은 "만약 이 목소리들이 1967년에 출판됐다면 우리 현실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군인들을 인터뷰하고 책을 펴냈던 아브라함 사피라는 "녹음테이프를 주의 깊게 들으면 거기에는 비명과 울음이 담겼다"며 "당시 군인들은 이 인터뷰를 들으며 그들의 도덕률과 인간적 딜레마에 대한 깊고 개인적인 표현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차 중동전쟁(독립전쟁)과 2차 중동전쟁(수에즈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도 6일 만에 이집트와 요르단, 시리아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고 시나이 반도와 요르단강 서안, 골란 고원을 점령했다.

루샤이 감독은 "점령이 시작된 1967년이 이스라엘 사회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독립영화 매체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6일 전쟁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며 이 '비밀 대화'의 존재를 알고 명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루샤이 감독은 "침묵을 강요당한 이 목소리가 내가 사는 곳을 우리 아이들이 자라기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목소리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많은 기자와 학자들의 요청에도 원본 테이프를 공개하지 않았던 사피라를 설득해 테이프를 얻은 그는 8개월에 걸쳐 200시간 동안 군인들의 육성을 듣고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에서 1967년 당시의 인터뷰를 다시 들은 핀차스 레비아탄(73)은 루샤이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화가 오고 있다고 믿었어요. 6일전쟁이 끝나면 평화가 이뤄질 거로 생각했죠.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거죠. 그 이후 나는 다섯 번이나 더 전쟁에 참가했으니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시간 동안 나는 이 지역에서 어떤 해결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잃어버렸다는 거죠."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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