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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몸집 가벼워진 현대그룹, 남북경협 사업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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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내 알짜 현대엘리 캐시카우 창구로 활용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에 모든 것 건다

현대그룹이 자구계획안에 따른 구조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 및 대북경협사업 활성화를 통해 업력을 집중키로 했다.

우선 그룹 내 알짜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캐시카우 창구로 활용하면서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의 사업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27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이날까지 실행에 옮겼거나 실행 예정된 자구안 이행 규모는 3조2787억원이다. 이로써 지난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이후 1년여 만에 계획의 99% 이상을 이행한 것이다.

현대그룹이 당초 세운 자구계획 중 본입찰이 진행 중인 현대증권 매각을 제외하면 남은 매각 대상 자산은 남산 반얀트리 호텔뿐이라 사실상 자구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상선·남북경협사업, 현대그룹 견인하나

현대그룹은 현대증권과 남산 반얀트리 호텔의 매각 작업이 완료된 이후 중장기적으로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과 대북경협사업 활성화에 전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자구계획이 마무리되면 그룹 차원에서 현대상선의 실적이 회복되고 대북경협사업을 하는 현대아산 활성화를 우선시할 것"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그룹 주요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최근 몇 년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업종 불황에 따라 현대상선의 주가도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반등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내림세다. 지난 1년 동안만 봐도 주가는 연초 이후 27일 종가까지 -27.70%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해운업계의 부진한 업황 탓이다. 세계 경기의 불황으로 원자재를 나르는 벌크선, 완제품을 이송하는 컨테이너선의 수요가 줄었고 나빠진 업황에 현대상선의 주가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악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괄목할 만큼 시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시황이 회복되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함으로써 펀더멘털도 약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이 '저유가' 호재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룰 수 있다고 내다봐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현대그룹의 향후 전략은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의 실적 반전의 키는 "저유가 장기화에 있다"면서 회사 매출비중의 15% 상당을 차지하고, 가장 큰 변동비를 구성하는 유류비의 하락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1분기에는 하락된 유가의 반영으로 좋은 실적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질적인 실적 반전은 더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엄 연구원은 이어 현대상선이 유가 상승을 고려한 '플랜B'를 구사할 만큼의 약한 펀더멘탈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 유가의 가격 수준에 따라 실적 반전추세에 실리는 힘의 크기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해운사는 사업규모가 크기 때문에 채무를 많이 지게 된다"며 만약 정부가 최근 부진한 업황에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해운사들의 이자 비용을 할인해주는 정책을 편다면 해운사의 고비용 지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돼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의 향후 실적 어라운드를 위해서 결국 '적극적인 구조조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현대그룹에서 이뤄지고 있는 재무적인 개선 방안이 단기적인 주가 반등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현대상선은 현재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의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적자 폭이 큰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내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을 위한 노력과 함께 대북경협사업의 재개에도 힘쓸 전망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최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현대그룹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한순간도 잊지 말 것"을 당부하며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현대아산은 지난 6년여간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 중단으로 1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렇지만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결정되면 2개월 내에 사업 재개가 가능하도록 내부적으로 준비 체제를 갖춰놓은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 안정적 수익으로 현대그룹 캐시카우 창구 역할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현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조달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업계 후발주자임에도 현재 시장 점유율 50% 정도를 차지해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1조3000억원과 순이익은 892억원 정도로 전망된다. 올해와 내년 순이익은 748억원, 1071억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초이노믹스 등에 따른 부동산 경기 회복에 힘입어 엘리베이터 국내 매출의 증가가 예상돼 올해에도 실적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간 무시된 해외 매출 중 중국법인의 매출 증가가 지난해 2분기부터 가속화되기 시작돼 지난해 4분기에도 이러한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 내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으며,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아 캐시카우로서 떠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룹에서 사실상 눈에 띄는 실적을 낸 곳은 현대엘리베이터 정도로 현대그룹 차원에서 캐시카우로 삼겠다는 전략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앞으로 수익성을 더욱 향상하려면 해외 수주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수주를 많이 따내 수익이 올라간다면 충분히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점유율이 1위이지만 더욱 이익을 내려면 유지·보수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매각되면…현대그룹 자구방안 초과 달성

현대그룹이 올 상반기 중으로 현대증권의 지분 매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분 매각이 예상대로 완료되면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말 내놨던 3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구방안을 4000억원 이상 초과달성하게 된다.

현대그룹은 자구방안을 내놓으며 현대증권은 7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자신했지만 인수후보 물망에 오르던 범현대가 기업과 중국 푸싱그룹의 인수전 불참으로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에 매각이 진행되는 현대증권의 지분은 총 36%가량으로 장부상 가치는 6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인수전의 본입찰에 참여한 회사는 2개사로 국내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와 일본계 금융그룹인 오릭스다.

금융투자업계는 입찰은 누가 더 많은 금액을 써내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오릭스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번 매각에서 장부가인 6100억원을 상회하는 70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지분 매각의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달 중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상반기 중으로 매각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하고 있어 현대증권 지분 매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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