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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안산 인질범 사건, 왜 발생했는 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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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가정폭력 방지 촉구 기자회견 가져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국가는 가정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장애여성공감,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등 406개 보호시설 및 여성 단체들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온적인 가정폭력 사건처리 관행을 철저히 반성하고, 가정폭력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받아 온 한 여성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의 안일한 처리로 피해여성의 전남편과 자녀가 살해당한 '안산 인질범'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잘못된 초동대응을 규탄하고자 마련됐다.

'안산 인질범' 사건은 지난 12일 별거 중인 아내를 찾던 남편이 경기 안산 주택가에서 아내의 전 남편과 의붓딸을 살해한 뒤, 큰 딸 등 2명을 붙잡고 5시간 가량 인질극을 벌였던 사건이다. 특히 피해여성은 사건이 있기 전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를 하고, 상담을 요구했으나 경찰이 '가정사'로 치부하는 미온적 태도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406개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의 구조요청을 무시하고, 부실한 초동대응으로 가정폭력 살인사건을 방조한 경찰과 정부를 비판하며, 가정폭력 가해자 '체포우선주의' 제도 등을 즉각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베이비뉴스

장애여성공감,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등 406개 보호시설 및 여성 단체들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정폭력 대처방안을 즉각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남윤인순 의원실


이들 단체는 "별거 중인 아내가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은 수차례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했다. 이 여성은 사건 발생 4일 전 경찰서에 찾아가 '칼로 허벅지를 찔렸고, 예전부터 폭행을 당해 왔는데, 남편을 구속시킬 수 있냐'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담당 민원상담관은 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 일을 안일하게 처리했다"며 "그 결과, 피해여성의 전 남편과 자녀가 무고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안일하게 처리하는 사이에 우리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단 1.3%에 불과하다. 피해자 100명 중 1명만이 경찰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단 한 명에게 마저도 경찰을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태도로 피해자들이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것이 우리 사회가 가정폭력을 대하는 방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가정폭력을 4대악으로 규정한 것이 무슨 소용이고, 사전에 가정폭력을 신고하라고 독려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가정폭력이 개인적인 일 또는 집안 일이 아니라는 것을 국가가 몸소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경찰이 가정폭력에 개입하는 경우는 오히려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도내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은 2013년 5179건에서 지난해 5394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이 지난해 긴급임시조치를 한 건수는 243건으로 2013년의 268건보다 오히려 줄었다. 가정폭력은 200건이 넘게 늘었지만, 경찰의 적극적인 현장대처는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현장에서 체포될 때 재범률이 현저히 감소한다"며 "현재 가정폭렴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즉시 현장에 나가 폭력행위를 제지,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응급조치', 가해자를 피해자에게서 격리하거나 100m 이내 접근금지를 취하는 '긴급임시조치'를 넘어 '체포우선주의'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가정폭력 가해자를 더 이상 처벌이 아닌 교화의 대상으로 보지 말라"며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도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는 상담을 받는다는 조건 하에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로, 가정폭력을 범죄가 아닌 개인적 성행의 문제로 판단하고, 성행을 교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상담으로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교정할 수 있다는 섣부른 기대만 줄 뿐"이라며 "결국 피해자들을 언제 또 다시 폭력이 일어날지 모르는 가정에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 단체는 "가정폭력으로 많은 여성이 죽어가는 이유는 가정폭력이 '개인사', '가정사'라는 인식과,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현행 법, 그리고 가해자를 손방망이 처리하는 관행 때문"이라며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 돼 있지 않다. 더 이상 여성들이 죽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책임한 지를 보여 준다"며 "국가는 이번 사건을 미흡하게 대처한 관련 경찰과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실효성 있는 가정폭력 근절대책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즉각 실시하라"고 덧붙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경찰이 가정폭력을 미온적으로 대처한 결과, 소중한 생명을 잃는 참혹한 결과가 일어났다"며 "이는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라고 전했다.

남윤 의원은 "경찰이 조금이라도 피해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조기에 가해자를 체포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 졌겠느냐"며 "이번 사건이 강력한 법적 조치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가정폭력 관련 법안을 개정해 조금이라도 가정폭력이 줄고 피해자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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