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부터 유리병 투척 사건이 발생해온 서울 용산구 이촌1동 주택가. /박상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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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 단지에서 ‘유리병 투척’의 공포가 시작된 건 작년 6월쯤이다. 경찰이 확인한 최초 사건은 작년 6월 15일 밤에 일어났다. 당시에도 술병 여러개가 길에 투척돼 차량이 파손됐다. 이어 6월 17일 밤에는 위스키병이 날아들었다. 술병이 떨어진 곳은 20층 넘는 고층 아파트의 맞은편 길가였다. 맞은편 길가엔 3층 높이의 아파트 상가가 늘어서 있었고, 대부분 식당에 지나는 행인도 많아 상가쪽에서 눈에 안 띄게 술병을 던지기는 힘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아파트 고층에서 30m 남짓 떨어진 맞은편 길가를 향해 있는 힘껏 술병을 던진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주민들 사이에선 ‘몇달 전에는 술병이 아니라 벽돌을 던져 차가 박살난 적도 있다더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퍼져나갔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동네 게시판엔 ‘무서워서 길 지나다닐 수나 있겠느냐’, ‘차가 부서진 것을 보니 사람이 맞았으면 즉사했을 것’, ‘아이들에겐 큰길 말고 아파트 뒷길로 돌아가라고 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고,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경찰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높아갔다. ‘유리병 투척’의 공포가 해를 넘겨 반년 넘게 지속된 것은 도무지 범인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차량 블랙박스에도, 도로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도 하늘 위에서 날아오는 술병의 소재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투척한 술병이 산산조각나 지문을 채취할 수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파손정도로 볼때 최소 7~8층 이상에서 던진 것으로 추정됐다”며 “아파트를 샅샅이 탐문수사했고 7월쯤엔 의심이 가는 용의자군(群)도 생겼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범인을 특정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년 넘게 유리병 투척 사건이 발생해온 서울 이촌1동 주택가. /박상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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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최근 사건이 발생한 후 드디어 확실한 용의자를 특정해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소 3차례 발생한 사건을 종합해서 술병이 날아든 각도 등을 고려했더니, 투척 지점이 대강 확인이 됐다”며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특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특정된 용의자는 미군(美軍)이다. 용산 미군기지 내 숙소가 부족해 일부 장교와 사병들은 인근 이촌동 일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도 미군 여러 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미군기지가 아닌 일반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미군은 대부분 장교급으로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용의자는 1차 출석 요구서에 응하지 않고 있다. 관할 용산경찰서는 3차까지 출석 요구를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용의자를 소환할 계획이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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