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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마음을 훔쳐라”… 산업계 감성품질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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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민선·이슬기 기자]“마음을 훔쳐라. 지갑만 노리지 말라.”

‘감성품질’이 부각되고 있다. 튼튼한 기계에서 안락한 생활공간으로 변모한 자동차부터, 품질을 넘어 인간의 편리를 위한 가전ㆍ IT제품을 공급하는 전자업계까지. 기술경쟁 너머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1%를 쫓아 항해중이다. 감성품질은 인간의 눈, 귀, 코 등 오감을 자극하는 유무형의 가치를 뜻하는 품질의 개념이다. 성능 이상의 성능, 디자인 이상의 디자인, 가격 이상의 가치다.

자동차업계는 일찍이 감성품질에 몰두해왔다. 어떻게 하면 눈과 귀, 코를 사로잡고, 승차감을 마치 내집처럼 끌어올릴지 연구한다.

헤럴드경제

사진설명=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벨로스터에 탑재된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


메르세데스-벤츠는 감성품질만 개발하는 부서에 수백 명을 투입한다. 자동차 엔진음부터 내부의 사운드 시스템(청각), 향기와 공기 정화(후각), 마사지 기능(촉각)까지 감성품질 종합선물세트를 구현한다. 최근 출시된 ‘더 뉴 S클래스’에는 향수 분무, 음이온공급, 공기 정화 기능의 ‘에어-밸런스 패키지’가 탑재됐다. 또한 세계 최초로 차량 시트에 에어쿠션을 넣어 마사지를 받을 수있게 했다.

BMW는 엔진음 디자인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BMW=다이내믹한 주행감성”을 떠올리는 것도 독특한 엔진음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자동차 엔진소리는 시끄럽다는, 그래서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인식을 깨고 오히려 상품화하는 역발상이다.

아우디도 촉각팀, 후각팀, 청각팀을 운영하며 감성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중이다. 특히 불쾌한 냄새를 찾아내고 상쾌한 냄새를 만드는 아우디의 후각팀은 1985년부터 독립 부서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인간공학적 설계(HMIㆍHuman-Machine Interface)’를 중시, 그중 인간의 ‘느낌’을 가장 우선시뒀다. 최근에는 현대차 벨로스터에 ‘엔진음 튜닝’ 기능을 국내 최초로 탑재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주행감성을 연구한 전략차종이다. 유럽에서 명차의 조건은 엔진이나 변속기 성능이 아니라, 승차감, 소음, 스티어링 감각 등 감성품질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도 갈수록 감성품질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아이폰 액정은 압도적인 해상도가 아니지만, 인간의 눈에 편안함을 준다는 의견이 많다. 기술적인 스펙보다 인간의 눈에 편안한 해상도를 구현한 영향이다. TV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화면이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지 찾고, 인간의 눈에 최대한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감성화질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날로그 디자인의 TV나 벽면의 그림과 같은 액자형 TV 등이 ‘감성화질’을 구현한 대표적 예다.

감성품질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포디즘의 대량 생산 시대에는 질 좋은 제품을 싼 값에 대량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다. 상품은 기술을 확보한 공급자가 대량으로 찍어낸 뒤 마케팅을 동원해 소비자에게 넘겼다. TV는 흑백 모니터에서 컬러로, HD로, UHD로 진화했다.

문제는 과정에서 정작 소비자들은 소외됐다는 점이다. 시장은 기업들의 기술 경쟁장이었지 소비자들의 욕구는 뒷전이었다. 수요 자체를 공급자가 창출했다.

김나경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술의 고도화로 스펙상으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없는 미세한 차이로 경쟁중”이라며 “업체들은 뭔가 달라보여야 하는데, 이젠 감성으로 차별화하려는 안간힘의 결과기도 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톱클래스는 완벽한 성능에 영혼까지 불어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덩치 큰 소비재의 소비계층 연령이 낮아지면서, 젊은층 취향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요즘 자동차 구매자는 베이비붐세대에서 Y세대까지 내려왔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의 나만의 제품, 차별화된 디자인 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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