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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공장 찾아간 대학 총장 "상아탑 너무 오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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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이사장 등 보령화력 견학

맞춤 학과 만들려 현장 얘기 들어

서울대는 400개 기업 설문 반영

중앙일보

지난 19일 충남 보령시에 있는 보령화력발전소 전망대에서 유성종 발전소 본부장(가운데)이 중앙대 박용성 이사장(오른쪽)과 이용구 총장(왼쪽)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총장 등 교수들은 오는 3월 개설되는 건설대학원 EPC학과·EHS학과의 커리큘럼을 최종 결정하기 위해 발전소를 찾았다. [사진 중앙대]


지난 19일 오전 충남 보령화력발전소 3호기 앞에 45인승 버스 한 대가 섰다. 중앙대 박용성 이사장과 이용구 총장, 교수 등 20여 명이 버스에서 내리자 ‘내빈’이란 글자가 적힌 흰색 안전모가 이들을 맞았다. “이런 건 또 처음 써보네.” 교수들이 어색하게 안전모를 쓰고 3호기 안으로 들어섰다.

발전소 내부를 둘러보던 이 총장 등 교수들이 안내를 맡은 유성종 발전소 본부장에게 물었다. “안전 관리에 몇 명이 투입되고, 주로 어떤 일을 합니까.” 유 본부장은 “전담인력은 21명인데 배관의 압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관리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그는 “학생들이 이 분야에 취업한다면 열병합에 대한 기본 개념 정도는 익히고 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발전소 운영과 관리를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하느냐”는 등 교수들의 질문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대학이 ‘현장’을 찾아가고 있다. 중앙대의 발전소 방문은 오는 3월 개설되는 건설대학원 EPC학과·EHS학과의 커리큘럼을 최종 결정하기 위해서다. EPC는 공사 전반을 관리할 인력을, EHS는 안전 관리를 담당할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다. 이번 방문에는 토목, 회계, 경영 등 다양한 전공 교수들도 함께 했다. 이 총장은 견학을 마친 뒤 “그동안 대학교육이 너무 오만방자했다”며 “이제는 현장에서 쓰임새가 있는 교육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내년 1학기 공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학원은 기업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이경우 교무부학장은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하고 연구 아이디어도 얻어 대학과 기업이 상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측은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를 대학원 운영에 반영하기로 했다. 당초 1년간 심화교육부터 한 다음 프로젝트 수행 중심의 교육을 할 예정이었지만 설문 조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심화교육을 해야 하다”는 의견이 많아 교육 프로그램을 재조정하고 있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의 경우 다음카카오 등 20개 기업과 학생들을 연계시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2월 말 내놓는다. 한국외국어대도 연 1회 있던 기업 인사담당자들과의 간담회를 더욱 세분화해 분기마다 개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취업난 속에서도 “대학 교육이 현장과 괴리돼 있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2008년부터 교육기관 정보공시 차원에서 대학별 취업률이 공개되자 손 놓고 있던 대학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산업계와의 연계가 대학 예산 지원액 결정에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며 “대학이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해서 앉아서 연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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