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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기업형 임대주택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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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1월 15일자 30면>

기업형 임대주택, 임대시장 키우는 계기 돼야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정부가 중산층의 전세난 해소를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제도를 도입하고 각종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주고 택지 공급과 금융 지원도 해주기로 했다. 그동안 임대주택 사업의 확대를 가로막았던 걸림돌을 걷어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업형 임대주택제도는 빠르게 진행되는 전세의 월세전환 추세에 부응하면서, 소유에서 거주의 대상으로 바뀌는 주택 시장의 변화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정책대안의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기업형 임대주택이 주택 시장에서 제대로 정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고 보완해야 할 대목도 적지 않다. 우선 이번 대책이 시행되려면 관련 법안 통과와 택지 마련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 중산층의 전세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입지와 수요자들이 임차를 희망하는 지역이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난제다. 이는 이번에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제도가 시장의 수요에 맞춰 자연스럽게 형성된 주택공급 방식이 아니라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대책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즉 정책적으로 기업의 임대주택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수익성을 맞춰주려다 보니 입지 면에서 수요와의 불일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우리는 작금의 전세난을 해소하면서 주택 시장 전반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이 시장에 나와야 한다고 본다. 신규 기업형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개인이 공급하는 임대주택과 전·월세로 공급되는 기존 주택을 모두 합쳐 시장에서 조화롭게 주택 수급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기업형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개인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소규모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을 모아 집합적으로 관리·대행해주는 임대관리 사업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왕 주택정책의 초점을 소유에서 주거 안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주택임대시장을 키워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이 시장에서 경쟁하면 자연히 임대 수요에 부응하면서 임대료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2015년 1월 14일자 31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는 기업형 임대주택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정부가 대대적인 민간 주택임대사업 육성 계획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6개 부처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지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임대기간 8년 이상의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중산층 주거 안정 방안이라고 하지만 미덥지 않을뿐더러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오히려 건설사 등 부동산업계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경기 활성화 방안으로 보는 게 어울릴 듯하다.

기업형 임대사업은 300채 이상의 새 임대주택을 건설하거나 100채 이상 기존 주택을 매입해 8년 이상 장기임대하는 것이다. 특별법으로 입지와 금융, 세제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혜택을 줘서 민간 기업의 사업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국토교통부는 민간 사업자에게 연 5~6%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주겠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하면 자금력이 있는 기업이 나서 한꺼번에 많은 물량의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할 가능성은 있다. 또한 당장 집을 살 능력이 없는 중산층은 주거 선택 폭도 좀 더 넓어질 수 있다.

문제는 민간 주택임대사업이 활성화되더라도 전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의 주거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장기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등에 따른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에 견줘 지나치게 높은 집값 수준도 문제다.

이런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채 품질 좋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봐야 중산층 주거비 부담은 줄어들기 힘들다. 민간 사업자에게 연 5%가 넘는 임대수익률을 보장해주려면 그만큼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겨야 한다. 그만큼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차라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나 공공기금을 활용한 임대주택 건설이 더 바람직하다. 사업 수익을 재투자함으로써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거 복지 또는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내세워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시장을 띄우기 위한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만큼은 공급자의 논리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

[논리 vs 논리] “주택 시장 변화 반영한 대안” “공급 위주 정책 실효성 의문”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중앙일보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는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업형 임대주택 도입 등을 포함한 새해 업무보고를 했다. 왼쪽부터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박 대통령,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중산층 전세난 해소를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촉진책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6개 부처가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다.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지원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임대기간 8년 이상의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중산층에 대한 주택 정책은 자가 구입을 지원하는 ‘내집 마련’ 대책에 치중했다. 임차가구에 대해서는 전세자금 대출이나 월세 지급액 세액 공제 등 간접 지원을 주로 해왔다. 임대주택정책은 주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했다. 이에 비해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정책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장기 거주가 가능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정부는 규제 완화, 택지 공급, 국민주택기금 지원, 세제 감면 등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 새로운 임대주택 시장 형성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연 5~6%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겠다는 의지까지 덧붙였다. 기업형 임대사업은 300채 이상의 신규 임대주택을 건설하거나 100채 이상 기존 주택을 매입해 8년 이상 장기 임대하는 사업으로 금융위기 이후 건설물량 감소와 미분양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되는 사업이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정부가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정책에 대한 중앙과 한겨레의 시각차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분명하게 나타난다. 중앙은 ‘기업형 임대주택, 임대시장 키우는 계기 돼야’로 부동산 활성화 대책 차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임대주택 사업의 확대를 가로막았던 걸림돌을 걷어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에 부응하면서 소유에서 거주의 대상으로 바뀌는 주택시장 변화를 잘 반영한 정책 대안의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한겨레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는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정부는 이를 중산층 주거 안정 방안이라고 하지만 미덥지 않을뿐더러 실효성도 의심스럽다고 평가절하한다. 오히려 건설사 등 부동산업계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경기 활성화 방안으로 보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는 입장이다. 민간 주택임대사업이 활성화되더라도 전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결국 중앙은 이번 기업형 임대주택정책을 임대시장 등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한겨레는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환경 대책 마련 차원에서 평가하는 등 서로 다른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기업형 임대주택정책을 평가하고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점검·보완해야 한다. 이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가 주문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얼마나 서로 다른 시각차를 갖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중앙은 이번 대책이 시행되려면 관련 법안 통과와 택지 마련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 중산층의 전세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또 기업들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입지와 수요자들이 임차를 원하는 지역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긴다. 정책적으로 기업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익성을 맞추려다 보면 입지 면에서 수요와의 불일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전세난을 해소하면서 주택 시장 전반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 시장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형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개인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소규모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을 모아 집합적으로 관리·대행해주는 임대관리 사업까지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한겨레는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의 주거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중장기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등에 따른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채 품질 좋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봐야 중산층 주거비 부담은 줄어들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민간 사업자에게 연 5%가 넘는 임대수익률을 보장해주려면 그만큼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겨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만큼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차라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나 공공기금을 활용한 임대주택 건설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까지 덧붙이고 있다.

중앙일보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다음주 논점 연말정산 파동

2월 3일자에는 연말정산 파동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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