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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세수 부족, 지방에 책임 전가… 지자체들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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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지방재정 개혁’ 지시… 재정난 악화 우려

“교육재정교부금 줄이면 낙후된 교육 외면하는 것”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세수확보 부진으로 인한 재정난 해결 방안으로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재정제도의 개혁을 지시하는 등 ‘지방 쥐어짜기’로 방향을 틀려 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도그마에 갇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부담의 지방전가’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밝힌 지방교부세 개선의 이유는 지방교부세가 지방재정 부족액을 기초로 산정한 뒤 지자체별로 배분되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지방세수를 확충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내국세 증가가 교육재정교부금 증가로 연동되는 구조에 대한 개선을 지시했다. 내국세 대비 교부금 비율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지방교부세나 교육재정교부금 구조 개혁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문제이긴 하다. 지방교부세의 경우 지자체의 자체 수입이 늘면 감소하는 구조이다 보니 지자체들이 세수 발굴 노력에 미온적이었던 측면이 있다. 교육재정교부금 역시 인구나 환경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박 대통령이 지방재정 개혁을 꺼내든 시점과 배경이다.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사상 최대인 11조1000억원에 달하고, 올해도 정부가 계획했던 세수확보에 구멍이 나게 됐다. 현재 시행 중인 복지정책들을 지속하려면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이다. 결국 증세라는 정공법을 피하려다 보니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이의 희생양으로 ‘지방재정’을 지목한 것이다.

자치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경기도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지방교부세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을 하게 되면 대통령 공약사업인 복지사업은 접어야 할 형편”이라며 “지방정부의 경우 세원이 줄어 재정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교부세 비율까지 감소하면 아마 교부세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복지를 하려면 증세를 하든지, 복지사업을 정부가 전액 부담하든지 해야 하는데 돈이 모자란다고 지방 교부세를 갖고 제도개혁을 하겠다는 발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충청지역 자치단체 관계자는 “세입 확충을 위해 지방의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지방재정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재정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아직 교육 투자가 부족하고 낙후된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충북도교육청도 “교직원 수를 줄이지 않는 이상 교부금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담뱃세는 무리하게 올리고 유명무실한 주민세도 올리려는 등 거의 손을 안 댔던 조그마한 세제 조각들을 어떻게든 모아 재원을 만들어보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영·경태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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