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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차대전 패한 독일도 빚 탕감받아 경제 재건…“그리스에게도 같은 혜택 줘야”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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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피케티 등 전문가들 지적

그리스 총선에서 압승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의 ‘그리스 채무 탕감’ 요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대로 얼토당토 않은 주장일까? 역설적이게도 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세계의 용광로’가 된 독일의 역사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945년 2차대전에서 패한 독일이 경제대국으로 일어선 ‘라인강의 기적’은 1953년 런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련 등 동구 사회주의권의 위협을 두려워했던 채권국들은 서독 경제가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1950년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면서 “독일 경제를 고려해 독일의 부채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과 당사자간의 공정한 협상”을 주장했다. 1953년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각국 정부는 물론 개인 채권자들도 독일이 갚아야 할 빚의 절반을 탕감해주기로 합의했다. 결국 서독은 150억마르크의 부채를 탕감받았다.

런던 합의는 서독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때만 채권자들한테 빚을 갚을 수 있게 했다. 상환 규모도 무역 흑자의 3%를 넘지 않도록 배려했다. 채권자들로서는 서독한테서 빚을 받으려면 서독 제품을 사는 게 유리했다. 서독의 수출은 늘었다. 미국이 서유럽 나라들에 원조를 제공했던 ‘마샬 플랜’ 만큼 회자되지 않지만, 런던 합의야말로 독일 경제가 전후 부흥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당시 서독은 빚을 탕감받을 만한 자격 여부와 관계 없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최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이르렀다며 “(그리스 등) 남부 유럽 국가들에 (부채의) 마지막 한 푼까지 다 뱉어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역사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프란체스코 카셀리 런던정경대학 교수도 “(시리자가) 꽤 합리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 싱크탱크 프라임의 앤 페티포는 “공평성에 대한 문제”라며 “우리가 그리스에게 해줘야 할 것은 과거 동맹국들이 독일을 위해 한 일과 같다”고 말했다. 과거 독일처럼 그리스도 무역 흑자의 3% 안에서 대외 채무를 갚게 해 그리스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다. 그리스의 부채를 일부 탕감해주는 게 그리스뿐 아니라 유로존 전체를 위해서도 이득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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