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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취재파일] '알바' 구하려다 속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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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 손발이 된 구직자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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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입니다. 아르바이트 구하려는 분들 많을 것입니다. 유명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르바이트 구하려다가 낭패를 보는 구직자들이 있습니다. 피의자 신세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 나아가 아예 구속까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작 본인들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라는데, 어찌된 사정일까요?

최근 경찰이 현금 인출, 송금 아르바이트을 한 구직자 14명을 검거했습니다. 13명은 구속됐고, 1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아르바이트 첫날, 경찰에 체포돼서 구속된 청년도 있습니다. 20~30대 청년인 이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통해서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작 자신들이 인출하고, 송금한 돈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 돈이 사실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 수익금이었기 때문입니다.

"보이스피싱 (관련된 것)인지 몰랐어요. 바보 같은 얘기지만, 사회 경험이 없다보니까...의심이 들었을때 그만뒀어야 했는데..." 구속된 피의자 유 모 씨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햇습니다.

구직자들을 통해 경찰이 확보한 공고 내용을 살펴볼까요. 그럴 듯 하긴 합니다. 공고를 낸 업체란에는 '000솔루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의류 전문 업체인데 최근 해외 배송 업무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업무 내용은 '해외 영업팀의 자금 관리와 입/송금'이라고 안내합니다. 특별한 조건도 필요없다고 하니,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때 구직자들로서는 혹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하루 일하고 챙길 수 있는 돈이 최고 20만 원! 일당이 지나치게 높단 생각 안 십니까? 구직자들 대부분, 약간의 의심은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에, 또 정상적인 업체의 일을 돕는 것이란 꾐에 넘어간 것이죠.

경찰은 이들 14명이 서로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이들을 통해서 넘어간 돈은 무려 46억 원입니다. 피의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뒤늦게 후회하기도 했지만, 피해금액이 너무 큽니다. 경찰은 이들을 보이스피싱 조직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행법상 타인 명의의 대포통장 카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최근에는 법원도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를 엄하게 다루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인출 아르바이트를 한 14명 가운데 13명이나 구속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다가 다른 형태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대학생들을 만나 보도했습니다. 당시에도 이번 사건처럼 유명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가 발단이 됐습니다. 한 여학생은 방학 기간 등록금을 벌려고 모델하우스 안내 아르바이트에 지원했고, 합격했다고 합니다. 회사에선 출입용 보안카드가 필요하다며 급여 계좌와 연계해 만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공고 글이 유명 사이트에 올라와 있었고, 비슷한 아르바이트를 한 친구도 있었기 때문에 의심없이 카드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의 계좌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사용됐습니다. 첫 출근 날, 회사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업체란 사실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자신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이후였습니다. 피의자 신분이 된 여학생은 경찰서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당시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이렇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구직자들이 속출하면서 최근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피의자 신분이 된 구직자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온라인에 올리고,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끼리는 연락을 취하면서 추후 상황에 대해 상의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런 정보력을 구직 단계에서는 왜 활용하지 않았을까요? 한 구직자는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게 익숙하니까, 그냥 잘 구해졌고, 신뢰라기보다는 익숙하니까 별다른 의심을 안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구직 단계에서는 잊고 넘어가기 쉬운 항목들을 다시 되짚어 보겠습니다. 일단 유령 회사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공고 내용에는 멀쩡한 회사처럼 주소, 전화번호가 다 적혀 있지만 가짜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그 주소에는 가정집이 있거나, 다른 회사가 위치해 있기도 합니다. 유명한 업체 명의로 올라온 공고라면, 콜센터나 해당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터무니없이 일당이 높은 경우에도 의심해야 합니다. 또 업체에 지원을 했는데, 면접은 없고 구직 공고를 낸 쪽에서 메신저로만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경계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구직자들을 단 한차례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국내 메신저 서비스나, 중국 현지에서 만들어진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해서 지시만 했을 뿐입니다. 물건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퀵 서비스를 동원했습니다.

또 현금카드나 통장을 전달받거나, 혹은 건네주는 행위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대포통장일 수 있어서입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경찰서에 직접 문의해보는 것도 피해를 줄일 방법이 되겠죠.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최근 구직자들을 손발로 삼아 범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8뉴스] 50일간 2천만 원 받은 현금 인출 알바? '범죄'

[김아영 기자 ni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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