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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워크아웃 벗은 금호, 누구품에 안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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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말 워크아웃(자율협약 포함)에서 모두 졸업했다.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3대 주력 회사가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에 들어간 지 꼭 5년 만이다.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금호그룹 3사는 새해를 ‘도약 원년’으로 정하고 채권단 관리 이후 어떤 새 주인을 맞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3일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에서 75%(채권액 기준) 이상 승인을 받아 워크아웃 졸업이 확정됐다.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은 2012년 12월 채권은행 자율협약에서 졸업했고, 지난 11월에는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서, 이달 초엔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자율협약에서 벗어났다.

실적과 재무상태가 악화됐던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5년간 긴축경영을 통해 기업 내실을 다졌다.

금호그룹 실제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은 ‘대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2008년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본업이 어려워지면서 대우건설 되팔기가 어려워지자 빚을 진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풋백옵션 등 엄청난 채무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2009년 금호산업은 영업이익 132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부채가 자본금을 깎아먹는 자본잠식 상태에까지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도 국제 유가 급등으로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게 된다.

금호그룹은 370여 명에 달하던 임원을 계열사 매각을 통해 230명으로,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180명까지 줄였다.

특히 금호산업은 수익이 나지 않던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공공공사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1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초 자체 신용을 통한 자금 조달에 성공한 데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돼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2009년 금호타이어는 1196억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부채비율은 3만%를 넘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금호타이어는 자동차 경기가 살아나면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6000억원, 영업이익 2772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73%(연결기준)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이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되찾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부자는 금호산업 지분 10.4%를 들고 있어 추가로 40%만 더 인수하면 완전한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 57.5%를 통째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들고 있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구조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경영권과 아시아나항공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금호산업 지분 57.5%의 가격이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박 회장 측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사재를 모두 털어넣어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야금야금 금호산업 지분을 6% 이상 사모은 호반건설이 다크호스다.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기보다는 단독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아시아나항공을 노리는 롯데 CJ 신세계 등 ‘유통 빅3’도 금호산업을 매의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이들은 경쟁사가 국적 항공사를 손에 쥘 경우 누구든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어 통 큰 베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돈이 부족한 박삼구 회장 측은 유일한 호남 재벌의 지속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누구와 손을 잡아 연합전선을 구축할지 고민에 빠졌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산업 인수전이 마무리되는 내년 말 이후에나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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