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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살아남은’ 이명주,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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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2일 발표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신데렐라’ 이정협(상주)이었다. 그 다음으로 놀라운 건 이명주(알 아인)였다. 슈틸리케호에서 입지가 좁아지는가 싶었던 이명주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명주는 올해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시즌 초반 K리그 클래식에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5골 9도움)를 기록하며 역사를 싹 갈아치웠다. 엄청난 페이스였다. 그러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 낙마 후 불운의 연속이었다. 해외 진출(알 아인)을 꾀했으나 소속팀의 반대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뛸 수 없었다. 28년 만에 금메달로 주어진 병역 면제 혜택도 그는 받을 수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다르지 않았다. 슈티리케 감독의 데뷔 무대였던 파라과이전에서 교체로 13분을 뛴 게 전부였다. 2기 명단에서는 제외돼 원정 2연전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1기 중동파 가운데 유일한 ‘제외’였다.

매일경제

슈틸리케호에서 13분 밖에 뛰지 못한 이명주는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이정협을 제외하고 가장 짧은 출전시간이다. 사진=MK스포츠 DB


그렇게 멀어지는 듯 했다. 월드컵, 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아시안컵마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를 호출했다. 이명주는 주전 미드필더로 알 아인으로 UAE리그 1위로 이끌고 있다. 지난 18일 사르자전에서는 판타스틱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기에서 이명주를 제외한 건 자리가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2기 명단은 총 22명이었다. 23명인 아시안컵 최종 명단과 비교해 필드 플레이어 한 자리가 적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 없어 이명주를 지난달 원정 2연전 소집 명단에 넣을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기에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라고 덧붙였다.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나 아시안컵 무대를 뛸 기회마저 보장된 건 아니다. 냉정히 말해, 슈틸리케호에서 그의 입지가 확고하진 않다. 기성용(스완지 시티), 남태희(레퀴야), 구자철(마인츠), 한국영(카타르SC), 장현수(광저우 부리)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명주에 대해 “중앙 미드필더로서 자질과 경험이 뛰어나며 공격수 및 수비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평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자원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평가다. 불과 7개월 전 홍명보 감독이 이명주를 월드컵 최종 명단 제외 사유와 엇비슷하다. 홍명보 감독은 이명주를 배제한 이유로 ‘어정쩡한’ 위치를 들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맡을 수 있지만 어느 포지션에서도 경쟁자와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고 누적 등 변수로 한국영이 빠질 경우를 대비해 이명주가 아닌 박종우(광저우 부리)를 택했다.

전술상의 이유로 또 아픔을 겪진 않았으나 슈틸리케호에서의 이명주도 크게 다르진 않다. 남태희와 기성용, 한국영이 한발 앞서 있으며, 박주호와 장현수도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이명주는 구자철과 함께 뒤에 있다.

이명주가 아시안컵에 뛴다. 그에겐 첫 메이저대회 참가다. 첫 시험을 통과했다. 그러나 출전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 그의 치열한 경쟁은 이제부터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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