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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 링지화 전격 조사… 시진핑 집권 반대한 4인방 모두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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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政街 "시 황제 지위 사실상 굳혔다"]

후진타오 비서실장 지내며 차세대로 떠올랐던 링지화, 트럭 6대분 뇌물로 '낙마'

보시라이, 부패로 무기징역… 쉬차이허우도 사법처리, 前상무위원 저우융캉은 체포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공산당 통일전선부장이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직(組織) 조사를 받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링지화 부장은 이미 낙마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 등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을 반대한 '신(新) 4인방'으로 꼽혀왔다. 이날 링지화가 낙마함에 따라 시 주석에게 반기를 들었던 '신 4인방'이 모두 숙청된 것이다.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시 주석의 정적(政敵) 제거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분석대로 시 주석이 '시 황제'의 지위를 사실상 굳힌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올해 시 주석은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인사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중국 정가의 불문율을 깨고 저우융캉을 체포했으며, 후진타오 시절 군부 실세였던 쉬차이허우 전 부주석을 사법처리했다. 보시라이 전 서기는 지난해 부패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링지화는 2012년 후진타오 시절까지 '지도부'로 불리는 정치국원 진입이 유력한 차세대 주자였다. 그러나 아들 링구(令谷)가 2012년 3월 만취 상태로 페라리 스포츠카를 운전하다 사망한 사건 이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 특히 링지화는 아들 사건을 은폐하려다가 들통 나 후진타오 전 주석도 링지화를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

링지화 낙마에 앞서 중국 정가를 주름잡던 링지화 남매도 모두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 링지화의 5남매는 노선(路線)·정책(政策)·방침(方針)·계획(計劃)·완성(完成)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공산당을 추종해 1930년대 입당한 부친이 공산당 문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5개로 자녀의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링지화(계획) 5남매는 이름에 담긴 부친 희망대로 공산당의 주요 간부로 성장했다. 넷째 링지화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에 오르면서 일족의 권력은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링지화가 '부패 호랑이'로 몰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둘째 링정처(令政策·정책)는 링씨 고향인 산시(山西)성에서 정협 부주석을 지내다가 지난 6월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링지화의 정치적 근거지인 산시성에서만 차관급 5명을 포함해 20여명을 잡아들였다. 셋째 링팡전(令方針·방침)의 남편인 왕젠캉(王健康) 산시성 윈청(運城)시 부시장도 지난 7월 구금됐다. 링팡전과 함께 부패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째 링완청(令完成·완성)은 관영 신화통신의 기자를 하다가 2000년대 투자회사 대표로 변신했다. 일족의 재산을 관리하던 링완청은 사정 당국에 붙잡히고 나서 형 링지화가 뇌물로 받은 금품을 숨겨둔 산시성의 비밀 장소를 자백했다. 들통 난 링지화의 뇌물은 황금·서화·골동품 등 트럭 6대 분량이라고 중화권 매체 보쉰이 보도했다. 링완청은 "다수의 관리가 형에게 뇌물을 주고 공직을 얻거나 승진했다"고 진술했다. 일찍 사망한 첫째 링루셴(令路線·노선)을 제외하고 남매가 모두 사법처리를 앞둔 상황이다. 링지화의 부인 구리핑(谷麗萍)도 각종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던 창업지원조직을 통해 거액의 뇌물을 챙겼고, 간첩 혐의로 체포된 CCTV의 유명 앵커 루이청강(芮成剛)과 불륜 관계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링지화는 15일 발행된 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4000자 분량의 기고문을 실으면서 '시진핑 정신'이란 표현을 16차례 사용했다. '시진핑 총서기가 강조했다'는 말도 8차례 반복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시 주석의 칼날을 피하지는 못했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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