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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궁금한 화요일] TV선 인턴인 장그래 … 모바일선 알바생 시절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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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자라는 '미생' 스토리

웹툰 → 만화책 → 모바일무비 → TV

주인공 과거 등 새 에피소드 추가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미생’ 얘기다. 비정규직·갑을관계 등 불안한 사회현실 속 ‘미생’들이 크게 공감했다. 2012년 시작된 원작 웹툰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tvN 드라마 ‘미생’이 불을 붙였다. 지난 20일 드라마 최종회의 시청률은 평균 8.4%, 최고 10.3%. 원작의 탄탄함에 더해 사실적인 연출, 주·조연의 앙상블 연기 등이 웹툰과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겼다.

‘미생’은 웹툰에서 출발해 출판만화·모바일무비(웹드라마)·TV 드라마 등으로 이어진 원소스멀티유스(OSMU)의 대표 사례다. 웹툰을 리메이크 한 TV 드라마로는 완성도나 흥행 모두 가장 성공한 케이스가 됐다. 장르별 흥행 성적도 좋다. 웹툰은 누적 조회 수 11억 뷰를 넘어섰고, 드라마 방영 중에는 일주일에 1000만 뷰를 기록했다. 총 9권짜리 만화책은 230만 부가 팔리며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드라마 ‘미생’은 본방은 물론 재방까지 광고를 완판시키는 저력도 보였다. 그저 머릿수 시청률이 아닌 ‘버즈(화제)’ 시청률에 광고주가 주목한 첫 사례라는 평이 나왔다.

‘미생’은 나아가 단순히 인기 콘텐트를 장르만 다르게 재가공하는 OSMU 차원을 넘어 리메이크 될 때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나 캐릭터를 추가해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지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웹툰과 드라마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며 각각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총체적인 ‘미생 월드’를 완성시킨다는 것이다. KT 경제경영연구소의 손영훈 박사는 ‘드라마 미생을 통해 본 콘텐트 생태계와 비즈니스 기회’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생’은 장르를 넘나들며 수익을 극대화한 성공적인 콘텐트이자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을 선보인 국내 1호 드라마”라고 평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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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란 지금 전 세계 콘텐트 산업에서 가장 ‘핫’한 개념이다. 여러 장르를 아우르며 현재·과거 등이 뒤섞여 규모가 커지는 이야기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 프리퀄(인물들의 과거사)이나 속편, 스핀오프(spin-off·번외편)나 리메이크를 통해 캐릭터나 에피소드를 추가해 가면서 각 작품이 퍼즐 조각처럼 맞물린 새로운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을 뜻한다. 영화 3부작과 애니메이션, 비디오·온라인게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온 ‘매트릭스’ 시리즈에 처음 적용됐다.

가령 영화 ‘매트릭스2:매트릭스 리로디드’의 후반부에 잠깐 언급되는 작전은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의 주된 내용이 된다. 또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의 클라이맥스는 영화 ‘매트릭스3:매트릭스 레볼루션’의 첫 장면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동일한 이야기를 장르만 바꿔 반복하는 기존 OSMU와 달리 관객들에게 플랫폼별로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콘텐트의 부가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의 팬들을 게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또 캐릭터·관광상품·뮤지컬 등 기타 콘텐트로 이어진다). 이렇게 각 플랫폼을 다 섭렵할 때 비로소 ‘매트릭스’라는 전체 이야기가 드러나게 된다.

마블코믹스의 수퍼히어로인 ‘스파이더맨’도 대표적인 사례다. 만화·영화·TV 영화로 수십 차례 다양한 버전이 등장한 ‘스파이더맨’의 기본 줄거리는 주인공이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숙적들과 싸우는 내용. 여기서 영화화를 위해 스토리를 단순화한 것이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을 부각시킨 것이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조력자와 악당 등 다양한 캐릭터를 부각시킨 것이 TV 영화·만화 ‘얼티밋 스파이더맨’ 시리즈다. 이 각각을 아우르는 전체가 ‘스파이더맨’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된다. 드라마 ‘로스트’도 비슷하다.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번외편 게임이 나왔고, 이 게임 내용이 다음 시즌에 영향을 미치며 이야기를 새롭게 이끌어 갔다.

이들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미생’ 역시 웹툰→출판만화→모바일무비→TV 드라마→스핀오프 웹툰→웹툰 속편(시즌2) 순으로 진행되며 이야기가 풍부해지고 있다. 팬덤 역시 공고해지고 있다. 출판만화는 웹툰을 그대로 종이에 옮겼지만 모바일무비 ‘미생 프리퀄’은 주인공 6인의 과거사를 새롭게 추가하면서 캐릭터를 명료하게 했다. 아르바이트생 시절 장그래, 신혼 시절에도 여전히 일중독자였던 오상식, 외로운 소녀였던 학창 시절의 안영이 등이다.

TV 드라마 ‘미생’도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들을 추가했다. 장그래·오상식의 ‘케미’를 강조해 일종의 유사 부자관계로 그려냈고, 장백기나 원작에선 미미했던 조연들까지 훨씬 입체적 인물로 그렸다. 드라마 방영에 맞춰 선보인 특별편 5부작 웹툰은 오상식의 미혼 시절로, 지금은 전업주부인 아내를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나는 부분 등이 추가됐다. 여기에 달린 독자의 댓글은 내년 봄에 공개될 웹툰 시즌2의 에피소드로 활용될 예정이다. 윤태호 작가는 “시즌2는 총 3부작으로 회사의 사훈과 회계 문제, 요르단에서 장그래의 활약상, 장그래의 사랑과 결혼을 다룬다”고 밝혔다. 그간 TV 드라마에서 선보인 에피소드나 캐릭터들이 어떻게 녹아들지도 관전 포인트의 하나다. tvN 이재문 PD는 “윤작가와 드라마 시즌2 제작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미디어학자 헨리 젠킨스가 ‘매트릭스’ 시리즈의 이야기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창안한 개념. 프리퀄(인물들의 과거사)이나 스핀오프(번외편), 속편, 리메이크 등을 통해 캐릭터나 에피소드를 추가해 가면서 각 작품이 퍼즐 조각처럼 맞물린 새로운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을 뜻한다. 영화나 게임, 만화 등 부문만 따로 봐도 이해는 되지만 전체를 다 섭렵할 때 비로소 총체적인 이야기가 드러난다.

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양성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ooli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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