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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박근혜 정부 위기 때마다 꺼낸 만병통치약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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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위기 국면을 벗어날 때마다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종북’을 앞세운 이념 논쟁을 통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수세 국면을 공세적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인사 실패,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논란 등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만병통치약’처럼 활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첫 위기는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이었다. 지난해 6월14일 채동욱 검찰총장이 이끌던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종교계까지 참여한 시국선언이 잇따랐고, 거리에는 ‘촛불’이 등장해 규모를 키워갔다.

그러자 남재준 국정원장은 6월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했다. 국익 훼손, 대외 신뢰 추락이라는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의록을 토씨 하나까지 통째로 공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 공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로 모아졌다. 박 대통령도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가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경향신문

‘NLL 공방’으로 위기를 넘긴 박근혜 정부는 그해 8월 다시 위기를 맞았다. 국정원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들이 나왔다. 특히 8월 중순 국정원 댓글 의혹 청문회가 어렵사리 열렸고, 이 자리에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거짓 증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정국은 들썩였다. 야당을 중심으로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또다시 국정원이 등장했다. 국정원은 8월28일 내란음모 등 혐의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9월5일 이 의원을 구속했다. 정국은 곧바로 ‘내란음모 사건’ 국면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1월에도 인사 실패와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헌정사상 초유의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로 반등에 성공했다. 11월5일 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고, 당시 유럽 방문 중이던 박 대통령은 전자결재를 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던 민주당은 같은 달 9일 101일 만에 서울시청 천막당사를 철수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인 37%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온 날 진보당 해산 결정이 내려졌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진보당 해산 결정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치켜세웠다. 검찰이 보수단체들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진보당 당원들 수사에 신속하게 착수할 조짐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위기 돌파의 ‘만병통치약’에 또다시 손을 대고 있는 흐름이다. 그사이 여야에서 제기된 ‘청와대 쇄신론’은 메아리 없이 사그라들고 있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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