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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北 김정은 관련 영화 '인터뷰' 개봉 취소했다 몰매 맞는 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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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개봉을 취소했던 소니 픽처스가 안팎에서 몰매를 맞고 있다. 소니를 해킹한 배후로 지목된 북한의 협박에 굴복해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미국 대통령부터 유명 영화 배우, 한국 대학의 교수에 이르기까지 사방에서 몽둥이가 날아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일 비난을 이어가며 선봉에 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CNN은 북한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 왔는데 만약 CNN의 사이버 공간에 구멍이 뚫리면 어떻게 하겠나”라며 “돌연 우리는 북한 보도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독재자가 사이버로 배급망과 상품을 파괴하고 그 결과로 우리 스스로를 검열하기 시작하는 선례를 만들면 그게 문제”라며 “이는 영화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뉴스업계에도 문제”라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소니의 개봉 취소는 실수”라고 단언해 소니를 놀라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누가 협박을 해서 풍자 영화의 상영을 막는다면 다큐멘터리나 뉴스를 놓고선 어떻게 나올지 상상해 보라”며 “그건 미국이 아니다”라고까지 지적했다.

내년부터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도 가세했다. 그도 이날 CNN에 올린 기고에서 개봉 취소를 놓고 “이런 결정이 내려지면 미국의 적들이 이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질책이 이어지자 소니 픽처스의 최고 경영자인 마이클 린턴은 “우리가 굴복한 게 아니다. 미국 국민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려는 바램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CNN은 “이 말은 당초 개봉을 취소할 때 했던 말이 아니다”라며 말 바꾸기로 보도했다.

한국은 아는데 소니는 몰랐다는 비판까지 등장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북한의 화려한 위협에 한국 국민들은 하품을 하는데 이는 평양이 협박을 않을 때가 가장 우려스러운 때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요란스런 호전적 위협은 메시지를 전하는 수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도) 북한의 속이 빈 위협에 굴복해 소니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며 “이제 북한은 한국에선 무시당하는 협박 전술이 서구에선 먹힐 것으로 여기게 됐다”고 우려했다.

영화계와 문화계에서도 소니는 역풍을 맞고 있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는 “영화 인터뷰 상영을 위해 어떤 일이건 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숀 펜도 “개봉 취소는 장기적 안목보다 단기적 이해 관계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연금술사’를 쓴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는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 인터뷰의 저작권을 10만 달러에 넘겨주면 내 블로그에서 무료로 공개하겠다”며 개봉 취소에 항의했다.

비난은 소니 픽처스의 본사인 소니가 있는 일본으로도 번지고 있다. 맥스 부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과 수미 테리 컬럼비아대 교수는 보수 주간지인 위클리스탠더드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해킹으로 유출된 내용에) 히라이 가쓰오 소니 회장이 영화 인터뷰의 김정은 암살 장면 수위를 낮추도록 개입한 게 드러났다”며 “아베 정부가 (일본인 납북자를 놓고 벌이는) 대북 협상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소니에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이 이치에 맞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소니 픽처스는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린턴은 “영화 인터뷰를 어떤 방식이든 방영할 계획으로 다양한 선택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욕 포스트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 소니 픽처스가 자사의 온라인 배급사를 통해 영화 인터뷰를 무료로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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