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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박창진 사무장 쫓겨난 기사 보고 너무 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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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아이와 함께 대한항공 탔던 승객의 글 화제

“떼쓰는 아기 위해 비행 내내 안고 걸어다녀”

“훌륭한 분인 것 널리 알려져 힘이 되었으면”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으로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의 평소 고객서비스가 훌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창진 사무장은 지난 5일 항공기에 탑승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부터 ‘승무원 서비스 관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이륙 직전 하기 조치됐으며, 현재 공식적으로는 ‘병가’ 상태다.

박민영(가명·35,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씨는 ‘땅콩 사무장님과의 인연’이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 14일 다음 아고라에 올렸다. 지난해 말 갓 돌이 지난 아들과 단둘이 시드니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돌아오던 길, 투정을 부리는 아기를 박 사무장이 손수 안아 들고 비행기를 구경시켜주며 돌봐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는 지난 주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다시금 널리 회자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10년째 거주중이라는 박씨는 <한겨레>와 22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박 사무장이 훌륭한 분인 것이 널리 알려져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박씨는 2013년 12월 중순, 한국에 있는 친정 부모님께 갓 돌이 지난 아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급작스러운 한국행을 결정했다. 남편도 일 때문에 늦게 오게 돼, 혼자 아기를 데리고 비행기에 탔다. 멜버른에서 한국 직항이 없어지는 바람에, 콴타스 항공을 통해 시드니로 갔다가 다시 시드니에서 인천으로 가는 연계항공편(대한항공)으로 갈아타는 10시간의 비행 일정이었다.

12개월 된 아기와의 장거리 여행은 예상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낮 비행기라 잠을 재우기도 어려웠다. 아기는 계속 투정을 부렸다. 옆자리 외국인 여성 승객은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보였다. 겨우 구한 성수기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계속 안고 돌아다녔지만, 11개월부터 걸음마를 하던 아기라 직접 걸어다니고 싶다고 내려달라고 떼를 썼다.

진땀을 흘리는 아기 엄마를 본 박 사무장이 손수 아기를 안아 들었다. “신기하게 사무장님이 안고 걸어다니면 가만히 안겨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더라고요. 사무장님께서 안아서 통로마다 다녀주시고 2층도 올라가 주시고 그랬어요. 비행 내내 말이죠.”

식사 시간에도 일일이 아기 엄마의 식사를 챙겨 주었고, 밥을 먹는 동안 따로 아기를 봐 주었다. “본인 쉬실 시간도 없이 지속적으로 절 도와주시고 아가를 봐주셨다. 이분이 아니었다면 전 정말 엄청 울었을 것”이라는 박씨는 “아기를 너무 잘 봐주셔서 당연히 아기 아빠인 줄 알았는데, 미혼이라는 사실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썼다.

그는 “박창진 사무장님께서 그 당시에도 사무장님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담당 승무원이 따로 있는데도 계속 신경 써주신 건 남다른 일로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승무원 한 분께서만 서빙을 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마운 마음에 당시 시드니발 인천행 비행기에서 담당 승무원이었던 이영현 승무원과, 박창진 사무장에게 감사 메일을 대한항공 쪽으로 보낸다 보낸다 하던 것이 미루다 잊혀졌는데, 뉴스에서 얼굴을 보고 처음엔 혹시나 하다가 성함까지 보고 (그분인 것을)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박 사무장이 서비스 미흡을 질책받아 항공기에서 쫓겨났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속상했다. 호주 여성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도 글을 올렸는데, 같은 경험을 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항상 승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주시는 분이 확실한 것 같다”며 “이런 좋으신 분께 안 좋은 일이 생겨 제가 마음이 다 아프고 너무나 속이 상했다”고 <한겨레> 인터뷰에 답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회항 건에 대해 조사를 벌여 왔으나, 승무원과 사무장을 조사하는 자리에 대한항공 임원이 동석하는 등의 문제점이 잇따라 적발됐다. 또 대한항공 고위임원이 박 사무장 등에게 ‘사무장과 승무원의 잘못이었고 조 부사장이 화를 낼 이유가 있었다’는 내용의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 활동을 해온 점도 드러났다. 국토부는 기존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고 보고 17일 자체감사에 착수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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