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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TF추적] '제2롯데월드 추락사', 롯데측 지정병원은 '중증외상 치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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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측은 제2롯데월드 콘서트홀 공사장에서 인부 김 모씨의 추락사고를 발견했을 당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또 추락사고등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공사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증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서울병원을 지정병원으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 | 변동진 기자] 지난 16일 제2롯데월드 콘서트홀 공사장에서 비계공으로 일하던 김모(63)씨가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롯데그룹측은 시공사인 롯데건설 경영진이 대국민사과를 하는등 사고수습을 위해 신속히 움직였다.

그런데 롯데건설의 지정병원인 서울병원이 김 씨와 같은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장비나 전문인력이 구비되지 않은 의료기관이라는 게 <더팩트> 취재결과 확인돼, 또 다른 추락사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추락사고등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할 개연성이 큰 대형 공사를 맡은 롯데건설이 어떤 연유에서 중증외상환자 치료(수술)시스템이 부재한 병원을 지정병원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주위에서는 의아해한다.

중증외상이란 교통사고·추락사고 등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다발성 골절·출혈 상태를 말하는데 사고 당시 김씨의 상태는 중증외상으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 의료진들 의견이다.

중증외상 환자는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해당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게 급선무인데 롯데측은 어이없게도 중증외상환자 치료가 불가능한 의료기관을 지정병원으로 선정했고, 시간상 3분 거리에 있는 119가 아닌 10분 이상 소요되는 지정병원에 연락하라는 교육까지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김 씨가 처음부터 119의 도움을 받아 중증외상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해서 그가 생존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제2롯데월드 공사 중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롯데건설은 왜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병원을 지정병원으로 선정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일각에서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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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측은 안전교육 당시 건설현장 인부들에게 119가 아닌 지정병원에 신고하라고 교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동진 기자


22일 서울병원 관계자는 김 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중증외상 환자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냐는 <더팩트> 취재에 "(우리병원에서는)두개골 수술은 불가능하다. 중증외상 환자도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 씨 상태는 두개골이 깨지고 목뼈와 왼쪽 다리뼈가 탈골되는 등 중증외상으로 의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소견이다. 실제 취재진이 직접 본 사고현장에서는 상당량의 출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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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병원 특수진료가능분야 중 응급의료는 없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캡처


중증외상센터까지 보유하고 있는 아주대학교병원의 경우 같은 항목에 응급의료병원으로 표기돼 있다. 김 씨가 이송됐던 아산병원도 마찬가지다.

반면 서울병원은 중증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의 '병원·약국찾기' 정보에 응급실 운영여부, 전화번호 등에 아무런 표기도 없었다.

또한 사고 당일 순찰 중이던 화재 감시원 A 씨와 동료 박 씨는 롯데그룹 안전관리팀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그러나 119가 아닌 서울병원에 신고를 했다. 송파소방서 잠실 119안전센터 관계자는 "당시 롯데 측에서 접수된 신고는 없다"고 밝혔다.

사고 및 환자상태를 보고받고도 왜 119가 아닌 지정병원에 신고했는지도 의문점이다.

게다가 제2롯데월드 공사중 발생한 사망사고가 이번이 처음에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병원을 지정병원으로 선정했는지 물음표를 찍게 만든다.

지난 4월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작업하고 있던 황모 씨가 냉각수 배관 이음매 부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배관 뚜껑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지난해 6월에는 건물 43층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 장비(ACS)가 21층으로 떨어져 김모(45)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 직원은 "회사에서 안전교육을 했을 때 119에 바로 신고하지 말고 우리 의무진(서울병원)으로 연락하라고 교육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교육받았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정병원은 현장에서 정하기 나름인데 가장 가까운 위치에 종합병원 수준의 병원을 찾아보니 서울병원이 가장 적합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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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병원을 지정병원으로 선정했는지 물음표를 찍게 만든다. /더팩트DB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초기 환자상태를 봐야 알겠지만 10m 정도 높이에서 떨어졌고 두개골이 깨졌다면 중증외상이 의심된다"고 조언했다.

또 "발견 당시 환자의 상태가 심각했다면 상식적으로 119에 신고해 중증외상을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다. 서울병원이 중증외상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니면 당시 서울병원 측에서 보낸 사람의 의료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119에 신고했다면 더욱 빨리 아산병원으로 이송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2롯데월드와의 거리도 서울병원(2.93km, 10분 이상)보다 '송파소방서 잠실 119안전센터'(1.22km, 3~5분)가 더욱 가까웠다.

송파소방서 잠실 119안전센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고를 당했으면 119에 신고하는 게 맞다. 물론 우리 구급차가 제2롯데월드를 위해 따로 대기하지는 않고 상황에 따라 지정병원이 더 빠를 수도 있지만 기본 상식은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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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와 서울병원(2.93km, 10분 이상)의 거리보다 '송파소방서 잠실 119안전센터'(1.22km, 3~5분)가 더욱 가까웠다. /네이버지도 캡처


한편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경위와 롯데그룹 측이 119에 신고하지 않고 지정병원에만 연락하는 등 후속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는 지난 4월 제2롯데월드에서 배관공사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숨진 당시에도 소방서 측에 늑장신고를 해 사망사고를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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